한동훈 “공정한 공천 맡을 적임자” 정가 “여야 모두 교수, 운신폭 적어” 민주, 공관위 15명 인선 마무리
국민의힘이 4월 총선 당 공천관리위원장으로 판사 출신인 정영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64·사법연수원 15기·사진)를 5일 내정했다. 검찰 출신 비대위원장과 판사 출신 사무총장, 변호사 비서실장에 이어 또 법조인 인사를 중용한 것. 당내에선 “또 법조인이냐”는 반응도 나온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날 경기 수원 경기도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 교수의 공관위원장 내정을 밝혔다. 한 위원장은 “공정한 법 연구로 유명하고 좌우에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 판단으로 국민의힘의 설득력 있고 공정한 공천을 맡을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여권에 따르면 정 교수는 지난해 11월 대법원장 인선 과정에서 대법원장 후보군으로도 검토된 바 있다. 법조계에선 정 위원장이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을 지냈던 2022년 5월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국민의 기본권 훼손”이라며 강력히 반대해온 것을 윤석열 대통령이 눈여겨봐 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2년 12월 정 교수는 법학교수회장 자격으로 윤 대통령과 ‘대한민국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 확산 방안’을 주제로 오찬 간담회도 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대립할 때는 “검찰 내부 목소리 등을 조합해 볼 때 추 장관이 좀 더 신중했어야 할 필요는 있다”고도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나 한 위원장과는 출신 대학도 다르고, 판사 출신이라 사적인 인연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이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를 공관위원장으로 임명한 데 이어 국민의힘까지 당 외부 인사이자 교수를 공관위원장으로 인선하면서 정치권에선 공관위의 권한이나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두 차례 총선에서 여야가 모두 내부 출신 인사들을 공관위원장에 앉힌 것과 달리 두 교수 모두 정치권과 특별한 연이 없고 당내 사정에 밝지 않아 오히려 여야 대표의 공천 주도권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 일각에선 “정치권과 인연이 없어 공천 과정에서 눈치보지 않고 ‘물갈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외부인사 등 15명으로 구성된 공관위 인선을 마무리지었다. 당연직인 조정식 사무총장,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 이재정 전국여성위원장 등 현역 의원 3명과 함께 1990년대 유명 만화 ‘풀하우스’ 작가인 원수연 세계웹툰협회 회장과 박희정 전 국무총리 직속 청년정책조정위원 등이 공관위원으로 임명됐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