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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전쟁’, ‘사우디와 이란’…새해에도 술렁이는 중동[이세형의 더 가까이 중동]

입력 | 2024-01-07 09:00:00


멀게 느껴지지만 우리와 뗄 수 없는 중동. 그 생생한 현장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카이로 특파원, 국제부 차장, 카타르의 싱크탱크 아랍조사정책연구원(ACRPS)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중동을 취재했습니다. 단행본 <중동 라이벌리즘>과 <있는 그대로 카타르>를 펴냈습니다.‘가자지구 전쟁’, ‘사우디아라비아의 2030 엑스포 유치’, ‘앙숙 사우디와 이란의 외교관계 복원’, ‘스트롱맨들의 대통령 선거 승리(튀르키예, 이집트)’, ‘자국민 학살 독재자(시리아)의 국제사회 복귀’…

지난해 중동에서는 ‘세계의 화약고’, ‘국제 이슈의 중심지’란 말에 어울리게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많은 중동 이슈들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또 앞으로도 중동에서는 많은 갈등과 변화가 나타날 것입니다.

올해 관심 가질 필요가 있는 중동 이슈들을 정리해봤습니다.


1. 가자지구 전쟁은 언제 끝나나? 가자지구는 어떻게 될까?
말 그대로 끝이 안 보입니다.

‘하마스 궤멸’이란 목표 아래 이스라엘은 대규모 지상군을 가자지구에 투입했고, 지속적으로 공습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하마스 보건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7일(현지 시간) 하마스의 도발로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으로 2만 명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습니다. 이중에는 여성과 어린이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10월 17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부상당한 주민들이 알시파 병원으로 대피해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계속되면서 이어지며 가자지구에선 2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AP 뉴시스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는 1200여 명이 사망했습니다. 팔레스타인인 사망자 수가 이스라엘의 20배 가까이 되는 상황입니다.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에서는 이스라엘의 보복이 과도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이스라엘이 이번 기회에 가자지구를 아예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으로 만들고, 사실상의 인종청소를 자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옵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하마스 구성원들이 일반 주민과 섞여 있고, 하마스가 의도적으로 무기와 지휘 시설 등을 민간인 거주 지역에 배치하고 있다고 반박합니다. 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가 팔레스타인 영토란 점을 부인하진 않습니다.

다만, 앞으로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자치권이 어떻게 행사될 지에 대해선 그 누구도 구체적인 이야기를 안 하는 혹은 못하는 상황입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방탄 헬멧과 조끼를 착용한 채 지난해 12월25일 가자지구 북부를 찾아 군 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가 궤멸될 때까지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가자=AP 뉴시스 

요르단강 서안을 기반으로 현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이끄는 정파인 ‘파타(하마스에 비해 온건 성향이며 이스라엘과 협력함)’가 가자지구(하마스가 관할했던 지역)도 관리해야 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파타가 그동안 보여 온 무능과 부정부패 등을 감안할 때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부정적 의견이 훨씬 강한 상황입니다.

가자지구 전쟁이 언제 끝날지도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궤멸될 때까지 전쟁을 멈출 수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전쟁의 끝이 언제일지 또 하마스 궤멸이 가능할지 아직 누구도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2.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은 ‘중동 전쟁’으로 확대될까?
최근 이스라엘의 북쪽에 있는 작은 나라 레바논이 심상치 않습니다. 레바논은 하마스 못지않게 반이스라엘 정서가 강한 무정장파 헤즈볼라가 정치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헤즈볼라는 1982년 설립될 때부터 이란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헤즈볼라는 이란이 중심국인 시아파이며, 당연히 친이란 성향입니다. 하마스와도 다양한 협력을 진행해 왔습니다.

헤즈볼라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했을 때부터 이스라엘을 비판해 왔고 국경 지대에서 이스라엘과 충돌해 왔습니다. 다만 전면전으로 확대될만한 조짐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이스라엘은 2일(현지 시간) 하마스 지휘부 서열 3위인 살레흐 알 아루리를 레바논 수도 베이르투 외곽에서 무인기(드론)를 이용해 살해했습니다. 가자지구 전쟁 발발 뒤 이스라엘이 하마스 고위관계자를 가자지구 밖에서 제거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당연히 하마스는 물론이고 헤즈볼라와 이란도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언급했습니다.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한 건물에서 큰 폭발이 발생해 건물이 크게 파괴됐다. 이날 이스라엘은 베이루트 여러 지역에 대규모 무인기 공격을 감행했고, 이 과정에서 하마스 지휘부 중 서열 3위인 살레흐 알 아루리가 사망했다. 하마스, 헤즈볼라, 이란 모두 이스라엘으 크게 비난하며 보복을 선언했다. 베이루트=AP 뉴시스

헤즈볼라는 하마스보다 보유한 무기의 양과 수준 모두 월등합니다. 2014~2017년에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최정예부대인 ‘쿠드스군’과 함께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 퇴치 작전에도 대거 투입됐습니다. 말 그대로 실전 경험도 많고, 역량도 상당한 거죠.

2006년에는 이스라엘 군인을 납치했고, 34일간 이스라엘과 전쟁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당시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궤멸’을 외치며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했지만 여전히 헤즈볼라는 건재합니다. 또 이스라엘은 군인을 중심으로 160여 명(레바논에선 1000명 이상 사망)이 사망했습니다. 하마스의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공격전까지는 무장정파와의 충돌로 가장 많은 이스라엘인 사망한 때였습니다.

레바논에서 행진 중인 헤즈볼라 대원들. 이스라엘군 홈페이지 캡처

만약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펼치고, 나아가 시리아와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무장단체도 이스라엘과 현지 미군기지 등을 공격한다면 중동은 정말 심각한 상황에 휩싸이게 될 것입니다. 이 경우, 이스라엘의 우방이며 이란에 적대적인 미국도 개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헤즈볼라에게도, 이란에게도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은 심각한 도박입니다. 미국 역시 중동이 시끄러운 건 큰 부담입니다. 무엇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습니다. 중동 정세가 혼란스러울수록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불리하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도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은 부담입니다. 그러나 부정부패 혐의로 큰 어려움을 겪어 왔고, 이번 하마스의 도발에 제대로 대응 못해 ‘정치적 위기’에 몰려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정국이 안정될 경우 국민들의 비판과 정권 교체 압박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런 만큼 전시 상황을 최대한 오래 끌고 가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3. 미국 대통령 선거 후 중동은 어떻게 바뀔까?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에서 가장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부분 중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여부입니다. 말 그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가 되고 궁극적으로 대통령에 다시 당선될 수 있느냐는 것이죠.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높고, 바이든 대통령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 10개월이나 남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수 있다는 전망이 꽤 힘을 얻고 있습니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중동에서도 적잖은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북한 핵 문제, 나아가 한반도 관련 이슈에서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전 미국 대통령들과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인 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다. 혼란스런 중동 정세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AP 뉴시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시절 △이란과의 ‘핵 합의’ 파기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이스라엘 수도인 예루살렘이 이슬람의 성지이기도한 점을 감안해 기존에는 경제중심지 텔아비브에 대사관을 설치했었음)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살(2020년 1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드론을 이용했음)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간의 외교관계 정상화(아브라함 협정) 등을 추진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서 승리하고 재집권할 경우 중동에는 다시 한번 상당한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AP 뉴시스

이 중 ‘아브라함 협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동 정세에 악영향을 준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또 기존 미국 대통령들은 추진하지 않았던 과격한 정책을 추진한다는 평가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한다면 미국의 중동 정책이 크게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옵니다.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어떤 중동 정책이 추진될까요? 바이든 대통령 집권 초에는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시절 탈퇴했던 이란 핵 합의를 복원하려 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습니다. 또 트럼프 행정부 시절보다 안정적인 중동 정책이 추진될 것이란 기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 정책은 딱히 성과가 없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4. 사우디, 어디까지 얼마나 달라질까?
지난해 중동에서 가장 관심을 많이 받은 나라는 어디였을까요?

가자지구 전쟁만 아니었으면 단연 사우디였을 갑니다. 최근 중동 뉴스의 중심지는 확실히 사우디란 생각이 듭니다.

‘아랍의 맹주’, ‘이슬람의 성지 수호국(3대 성지인 메카, 메디나, 예루살렘 중 메카와 메디나가 사우디에 있음)’인 사우디는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의 지휘아래 다양한 개혁‧개방 조치, 국가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서울의 면적의 44배에 이르는 최첨단 도시를 만드는 ‘네옴 프로젝트’는 그중 핵심입니다. 삼성, 현대, LG 등 한국 주요 기업들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 글로벌 기업들도 네옴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네옴 프로젝트와 관련해 변화 내지 새로운 발표가 있을 때마다 관심이 집중 됩니다.

사우디의 ‘2030 엑스포’ 로고. 아랍뉴스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사우디는 한국과 경쟁했던 ‘2030 엑스포’도 유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2034 월드컵’도 사실상 사우디가 유치 확정 상태입니다. 당초 강력한 경쟁자였던 호주가 경쟁을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2034 월드컵 유치전에는 현재 사우디만 뛰고 있는 상황입니다.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 2030년 엑스포, 2034년에는 아시안게임(하계)와 월드컵… 사우디는 말 그대로 이제 국제 이벤트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글로벌 기업 유치 전략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사우디 정부는 지난해 12월 초 자국으로 중동지역본부를 이전하는 기업에 대해 법인 소득세를 30년 간 면제해 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중동지역본부나 거점 연구개발(R&D)센터를 사우디에 만드는 기업에 대해선 정부나 공공기관의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 더 많은 혜택을 줄 예정입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 왕세자는 ‘네옴 프로젝트’와 ‘2030 엑스포’ 등 다양한 ‘국가 개발 사업’을 진행 하며 사우디를 중동 뉴스의 중심지로 만들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동아일보 DB

무함마드 왕세자는 기회가 될 때마다 사우디의 석유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또 사우디를 다양한 국제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열린 나라’로 만들겠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이전의 사우디와 말 그대로 완전히 다른 나라를 만들겠다는 뜻이죠.

무함마드 왕세자의 ‘새로운 사우디 만들기’ 작업은 올해도 계속될 것입니다. 그리고 사우디는 계속 중동 이슈의 중심지로 많은 주목을 받을 것입니다.


5. 총선 앞둔 이란에선 어떤 움직임이 나타날까?
최근 중동의 외교안보 이슈에서 이란은 거의 항상 등장합니다. 가자지구 전쟁,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충돌, 러시아에 대한 무기 공급 등이 좋은 예입니다.

이란은 중동에서 사우디, 튀르키예와 함께 지역 패권을 놓고 경쟁 중인 나라입니다. 특히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같이 정세가 불안하고 시아파 비중이 큰 나라에서 시아파 무장정파, 종교지도자, 언론 등을 조직적으로 지원하며 영향력을 키워왔습니다. 이른바 ‘시아벨트 전략’이죠.

이란 수도 테헤란의 중심부 발리아스르 거리를 걷고 있는 이란 여성들. 이란에서는 3월1일 총선이 치러진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경제난과 보수적이며 경직된 정치에 불만이 많은 이란 국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동아일보 DB

이란은 중동에서 드물게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를 치루는 나라입니다. 그리고 3월1일 총선이 치러집니다.

물론 이란의 선거는 시아파 최고지도자가 선거에 출마하려는 사람들을 모니터링하고, 정치적 발언 등도 제한되기 때문에 글로벌 스탠더드 기준으로 볼 때 ‘자유로운 선거’라고 하기는 어려습니다. 지난해 11월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야당 후보 중 28% 이상이 출마 자격을 잃었고, 많은 유권자가 투표를 거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이번 총선이 안정적으로 치러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이란 국민들의 정서와 현지 분위기는 어느 정도 파악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유럽, 일본에서는 이란 선거에 많은 관심을 기울입니다. 카이로특파원으로 활동하던 2020년에도 이란 총선이 있었는데, 당시 일본 신문사들은 테헤란 특파원 외에도 기자를 현지에 파견하며 적극적으로 취재했었습니다.

2022년 9월24일 그리스 아테네 산타그마 광장에서 히잡 착용 불량으로 체포된 뒤 의문사한 ‘마사 아미니 사망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22세 이란 여성이 ‘히잡 착용 불량’으로 체포된 후 의문사한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이 항의 표시로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다. 아테네=AP 뉴시스

이란에서는 2022년 9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20대 여성 마사 아미니가 ‘도덕경찰’에 체포된 뒤 의문사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수개월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이란 안팎에선 히잡 착용 의무화로 인한 여성 억압뿐 아니라 경제난과 폐쇄적인 정치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면서 지속적인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또 계기가 있을 때마다 시위가 계속 발생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이번 이란 총선을 앞두고는 어떤 움직임이 이란에서 나타날지 궁금해집니다.



이세형 기자·전 카이로 특파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