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일본 이시카와현 스즈시의 무너진 집에서 구출된 90대 할머니가 탄 구급차가 병원으로 긴급 이동하고 있다. 아사히신문 제공
“어머님! 힘내세요.” “잘 하고 계세요.”
6일 오후 8시 20분경 일본 이시카와(石川)현 스즈(珠洲)시. 1일 노토반도 강진으로 무너진 2층집에 깔린 90대 할머니에게 구조대가 큰 소리로 말을 걸었다. 꼼짝도 않던 할머니 손이 점차 온기가 돌며 맥박이 잡혔다. 발견 이후 구출이 시작된 지 3시간여 만이었다. 지진이 발생한 지는 124시간이 지났다.
“ABC(기도, 호흡, 혈액 순환) 오케이. 이송 개시.”
6일 오후 일본 이시카와현 스즈시에서 구조대가 지진 발생 뒤 124시간 만에 구출된 90대 할머니를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아사히신문 제공
재난 현장에서 생사가 오가는 ‘골든타임’은 보통 72시간을 한계로 본다. 124시간 만에 구출된 할머니의 사례는 기적에 가깝다. 일본 경시청 관계자는 “오랫동안 구조 활동을 해왔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고 했다. 당시 같은 집에서 발견된 40대 여성은 심폐정지 상태였다.
구조대는 할머니를 구하면서 ‘압좌 증후군(크러쉬 신드롬)’ 발생을 가장 우려했다고 한다. 오랜 시간 무거운 물체에 깔려있던 사람은 갑자기 압박하던 물체를 치우는 순간 혈액을 타고 독소가 퍼져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때문에 구조대는 구출 속도를 섬세하게 조절하며 의료 처치를 동시에 진행했다.
노토반도 강진 사망자는 7일 오후 2시 기준 128명으로 집계됐다.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00명을 넘은 건 2016년 구마모토 지진(276명 사망) 이후 8년 만이다. 연락이 두절된 피해자도 아직 222명이나 남아있어 사상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지진 피해가 심한 노토반도의 와지마(輪島)시와 스즈시 등에는 7일 종일 눈이 내리고 기온도 영하로 떨어져 구조대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해당 지역에 8일까지 최대 강설량 60cm의 폭설이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