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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더 이상 지진해일 안전지대 아니다[기고/이평구]

입력 | 2024-01-08 03:00:00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새해 첫날, 옆 나라 일본 이시카와현에 규모 7.6의 강진이 일어났다. 일본 서북부에서 발생한 터라 우리나라 동해 묵호 등에서도 지진해일(쓰나미)이 관측됐다.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지만 동해 특성상 만조 때 너울과 겹치기라도 하면 매우 위험할 수 있었다. 파고가 높은 해일은 언제라도 닥쳐올 수 있기에 방심은 금물이다.

지진해일은 바다 밑바닥이 갈라지면 그 속으로 바닷물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해수면이 순간 높게 솟아오르며 강력한 물결과 높은 파고를 동반하면서 만들어진다. 사실 바다 한가운데서 지진해일이 만들어지면 위험을 감지하기 쉽지 않지만 해안에 이르면 무시무시한 위력을 더하는 재해로 바뀐다.

필자는 2009년 개봉한 영화 ‘해운대’가 우리 국민들에게 지진해일의 무서움을 알려주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영화 내용이 과학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과는 별개로, 그 영화 개봉 2년 후 동일본 대지진의 발생으로 영화가 현실이 됐다. 어쩌면 한반도도 지진해일의 안전지대가 아닐 수 있다는 일종의 학습효과를 가져다준 자극제였다.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강원도에서도 잦은 해일로 많은 가옥이 침수되고 떠내려갔다는 기록(1702년, 1741년)이 있다. 최근 50년 사이에도 우리나라 동해에는 모두 2m 이상으로 비교적 규모가 큰 지진해일이 두 차례(1983년, 1996년) 일어나 인명 손실과 재산 피해가 있었다.

비단 일본 때문이 아니더라도 동해에는 지진해일의 위험이 상존한다. 지난해 5월 15일 강원 동해시 동북동 약 60km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4.5 지진을 비롯해 6월 20일까지 총 232회의 지진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며 국민들에게 많은 불안감을 가져다줬다. 이곳은 1996년과 2019년에도 규모 4 이상의 지진이 일어났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해저단층 조사를 한 결과,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더 큰 규모의 단층대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최첨단 물리탐사연구선 탐해3호로 더욱 정밀한 해저물리 탐사를 수행해 해저단층과 지진해일에 대비할 수 있는 연구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120년 지진 계측 역사에서 1000명 이상의 인명 피해를 가져온 지진은 130회 정도다. 이 중 불의 고리라고 불리는 환태평양조산대의 일본, 뉴질랜드 등에서 발생한 지진 인명 피해는 약 80만 명에 달한다. 그중 절반 이상이 지진해일로 유명을 달리했다.

영화 해운대와 같은 대형 지진해일 발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지만 자연재해는 감히 예측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영화 속 지질학자의 주장처럼 한반도는 더 이상 지진해일의 안전지대가 아니기에, 해저단층 조사와 정밀한 해저 지형도 작성 등의 과학적 대비가 필요하다. 또 우리 해안의 지역적 특성에 적합한 지진해일 국민행동요령 등을 재정비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