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어제 또 서해상 88발 포격
‘2010년 연평포격’ 4군단 소행
金, 日총리에 첫 지진위로 전문
한미일 3각 대북공조 균열 노려
북한이 5, 6일에 이어 7일 연평도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 완충구역에 88발의 포탄을 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은 이날 담화에서 한국을 겨냥해 “사소한 도발에도 즉각적 불세례를 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 위원장은 200발 넘는 포탄을 퍼부은 포격 도발 첫날인 5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를 “각하”라고 부르며 일본 노토반도 대지진과 관련해 위로 전문을 보냈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일본 총리에게 위로 전문을 보낸 건 처음이다. 북한이 한국에 대해서는 “민족, 동족이 아닌 적대적 교전국”으로 규정하고 무력도발 수위를 높이는 반면 일본에는 우호적 제스처를 취한 데 대해 정부는 “지난해부터 대폭 강화된 한미일 3국 공조를 이간질해 균열을 내려는 갈라치기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北 개머리해안 진지서 포착된 화염 7일 오후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약 15km 떨어진 북한 개머리해안 일대 해안포
진지에서 폭발음과 함께 화염(점선 안)이 포착된 모습. 북한의 포 사격 소리가 이날 수십 분간 이어졌는데, 이 화염이 포착된
이후 포격 소리는 멈췄다. 연평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7일 오전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에 인접한 북한 개머리해안에 설치된 해안포의 포문이 남쪽을 향해 열려 있다. 북한은 5일에 이어 6일에도 연평도 북서방에서 60여 발의 포사격을 실시했다. 2023.01.07.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군에 따르면 북한은 7일 오후 4시부터 5시 10분까지 연평도 북방에서 서해 NLL 이북 지역에 포탄을 발사했다. 5일과 6일 도발(60여 발) 때처럼 수십 문의 방사포와 야포 등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5일과 달리 6, 7일에는 대응 사격을 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북측 내륙 등 자기 지역을 향해 쐈기에 맞대응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6일 서해 연평도 북서쪽 개머리 진지(황해도 강령군)에서 포탄을 쐈다. 개머리 진지는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의 원점이다. 북한은 7일 도발 직후 이번 포격이 4군단에 의해 진행됐다고 밝혔다. 4군단은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을 주도한 핵심 부대다.
6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기시다 총리에게 “각하”라는 표현을 쓰면서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에게 심심한 동정과 위문을 표한다”고 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관방장관은 “감사의 뜻을 표한다. 북-일 대화에 대해서는 답변을 삼가겠다”고 말했다고 일본 NHK가 보도했다.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기시다 총리가 납북자 문제와 관련해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적극 비치고 있고 실제 북한과 일본이 지난해 중국과 싱가포르 등에서 수차례 실무 접촉을 벌인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이를 이용해 과거 한국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미국과 협상을 시도했던 ‘통미봉남’ 전략처럼 일본과 직접 대화에 나서 한미일 3각 협력에 균열을 내는 ‘통일봉남’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여정은 7일 담화에서 “6일 130mm 해안포 포성을 모의한 발파용 폭약을 터뜨리는 기만작전에 한국군이 속아 포탄이 해상 완충구역에 떨어졌다고 거짓을 꾸며댔다”고 주장했다. 군은 “남남갈등을 일으키려는 수준 낮은 대남 심리전”이라고 일축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