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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전공’ 선발 확대… 서울대 400명-한양대 330명

입력 | 2024-01-08 03:00:00

올해 고3 대입전형부터 적용




교육부가 올해 고교 3학년에 적용되는 2025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무전공’ 선발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대학들이 구체적인 선발 규모 등 세부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7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는 현재 123명인 자유전공학부를 학부대학으로 옮겨 400명 안팎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이 경우 전체 신입생 정원(약 3500명)의 11.4%가 무전공으로 입학하게 된다. 한양대도 자유전공학부인 한양인터칼리지를 신설하고 문·이과 상관없이 정원 내 250명, 정원 외 외국인 80명 등 총 330명을 선발하기로 확정했다.

대학들이 앞다퉈 준비에 나서는 건 교육부에서 ‘융합형 인재 육성’과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 보장’을 내세우며 무전공 선발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025학년도에 많게는 입학정원의 20% 이상을 무전공으로 선발할 때만 대학혁신지원사업비 인센티브(총 4426억 원)를 줄 계획이다.

일부 대학은 “기초학문 고사 및 학생들의 중도 이탈 우려가 있음에도 교육부가 준비 기간 없이 성급하게 제도를 도입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비인기 학과의 반발로 제도 도입을 위한 설명회가 중단되기도 했던 한 대학에선 “대학 본부가 교수들에게 제발 봐달라며 빌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올해 고3이 되는 수험생의 경우 무전공 선발 도입으로 선택지는 늘게 됐지만 참고할 수 있는 과거 합격점수 데이터가 없다 보니 올 9월 수시모집 때부터 지원 여부를 두고 눈치싸움이 극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무전공 선발의 경우 합격선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無전공 확대 두고… “기초학문 고사 우려”vs“학생 선택권 보장”



교육부 ‘무전공 확대’ 논란
대학들 선발방안 마련 시간 빠듯… 시스템 준비 어려워 부실화 우려
중도이탈-인기과 교수충원도 문제… 일각 “무전공 대신 전과 활성화를”

“비인기 학과는 정원 일부를 무전공 선발 인원으로 내놓으면 결국 학과가 사라질 거라고 난리입니다. 학생들이 2학년에 올라갈 때 선택을 안 하면 망한다는 거죠.”(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

“무전공 선발을 확대하면 1학년 때 교양 과목을 깊이 있게 가르칠 교수가 있어야 하고 전공 탐색도 대학 차원에서 도와줘야 합니다. 제대로 준비를 안 하면 피해는 결국 신입생에게 돌아가게 됩니다.”(한 국립대 관계자)

대학들은 교육부가 ‘자율 전공 선택제’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는 무전공·자유전공 제도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갑작스러운 추진에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 ‘무전공 1학년’ 관리 준비 안 돼


주요 대학들은 2025학년도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8개월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무전공 선발 방안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고려대는 95명 규모인 자유전공학부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연세대는 무전공 선발 검토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다.

대학들은 시간이 촉박해 무전공 선발 시스템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무전공 선발이 시행되면 자기주도학습이 익숙하지 않은 신입생 상당수는 1년간 우왕좌왕하며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며 “학과별로 어떤 진로가 있고 취업에 성공한 선배들이 어떤 과목을 수강했는지 등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학년 때 원하는 전공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의 중도 이탈 비율이 높아질 것이란 위기감도 높다. 지금도 서울 상위권 대학조차 최상위권 대학이나 의약학 계열로 가겠다며 반수, 재수를 위해 이탈하는 학생이 많은 실정이다. 한 지방 사립대 관계자는 “원하는 전공을 성적과 상관없이 다 받아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학생 입장에선 1년간 ‘희망 고문’만 당하다가 학교를 그만두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 기초학문 고사 우려도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로 불리는 기초학문이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한 학과 정원의 20%를 무전공으로 선발할 경우 지원자가 없으면 정원이 줄고 교수 충원이 안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다가 폐과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많다”고 했다.

학생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학과의 교수 충원도 문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인공지능(AI), 컴퓨터공학과 쪽은 지금도 외국에서 처우가 좋아 교수를 뽑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은 “무전공 선발을 성급히 늘리지 말고 전과(학과를 옮기는 것) 제도를 활성화하자” 등의 제안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교육부에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공식화한 것”이라며 추진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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