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3 대입전형부터 적용
교육부가 올해 고교 3학년에 적용되는 2025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무전공’ 선발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대학들이 구체적인 선발 규모 등 세부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7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는 현재 123명인 자유전공학부를 학부대학으로 옮겨 400명 안팎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이 경우 전체 신입생 정원(약 3500명)의 11.4%가 무전공으로 입학하게 된다. 한양대도 자유전공학부인 한양인터칼리지를 신설하고 문·이과 상관없이 정원 내 250명, 정원 외 외국인 80명 등 총 330명을 선발하기로 확정했다.
대학들이 앞다퉈 준비에 나서는 건 교육부에서 ‘융합형 인재 육성’과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 보장’을 내세우며 무전공 선발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025학년도에 많게는 입학정원의 20% 이상을 무전공으로 선발할 때만 대학혁신지원사업비 인센티브(총 4426억 원)를 줄 계획이다.
올해 고3이 되는 수험생의 경우 무전공 선발 도입으로 선택지는 늘게 됐지만 참고할 수 있는 과거 합격점수 데이터가 없다 보니 올 9월 수시모집 때부터 지원 여부를 두고 눈치싸움이 극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무전공 선발의 경우 합격선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無전공 확대 두고… “기초학문 고사 우려”vs“학생 선택권 보장”
교육부 ‘무전공 확대’ 논란
대학들 선발방안 마련 시간 빠듯… 시스템 준비 어려워 부실화 우려
중도이탈-인기과 교수충원도 문제… 일각 “무전공 대신 전과 활성화를”
대학들 선발방안 마련 시간 빠듯… 시스템 준비 어려워 부실화 우려
중도이탈-인기과 교수충원도 문제… 일각 “무전공 대신 전과 활성화를”
대학들은 교육부가 ‘자율 전공 선택제’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는 무전공·자유전공 제도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갑작스러운 추진에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 ‘무전공 1학년’ 관리 준비 안 돼
2학년 때 원하는 전공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의 중도 이탈 비율이 높아질 것이란 위기감도 높다. 지금도 서울 상위권 대학조차 최상위권 대학이나 의약학 계열로 가겠다며 반수, 재수를 위해 이탈하는 학생이 많은 실정이다. 한 지방 사립대 관계자는 “원하는 전공을 성적과 상관없이 다 받아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학생 입장에선 1년간 ‘희망 고문’만 당하다가 학교를 그만두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 기초학문 고사 우려도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로 불리는 기초학문이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한 학과 정원의 20%를 무전공으로 선발할 경우 지원자가 없으면 정원이 줄고 교수 충원이 안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다가 폐과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많다”고 했다.
학생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학과의 교수 충원도 문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인공지능(AI), 컴퓨터공학과 쪽은 지금도 외국에서 처우가 좋아 교수를 뽑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은 “무전공 선발을 성급히 늘리지 말고 전과(학과를 옮기는 것) 제도를 활성화하자” 등의 제안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교육부에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공식화한 것”이라며 추진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