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트럼프 링컨 폄하 구설…“美남북전쟁, 협상 가능했다”

입력 | 2024-01-08 10:37:00

"링컨, 협상했다면 현 역사적 명성 못 얻었을 것"
학계 "초등학교 수준의 말도 안 되는 소리" 비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남북전쟁이 협상 가능했다며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을 깎아내려 구설에 올랐다.

7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아이오와주 뉴턴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서 “남북전쟁은 정말 흥미진진하고 끔찍한 전쟁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너무 많은 실수가 있었고, 솔직히 말해서 협상할 수 있던 것도 있다”며 “모든 사람이 죽었고,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비판했다.

전쟁에서 많은 병사들이 부상을 입었다며 “좋은 것은 하나도 없다”면서 “미국에 힘든 전쟁”이라고 했다. 링컨 대통령이 협상을 했다면 지금과 같은 역사적 명성을 얻진 못했을 것이라며 깎아내렸다.

다만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어떻게 전쟁을 막을 수 있었을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발언은 오는 15일 예정된 공화당 첫 경선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일주일가량 앞두고 나온 것으로, 경쟁 후보인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도 최근 남북전쟁 원인으로 노예제를 언급하지 않아 비판받았다. 헤일리 전 주지사는 이후 “남북전쟁은 당연히 노예제 때문이었다”며 발언을 번복했다.

리즈 체니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같은 발언에 대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남북 전쟁 어느 부분이 협상 가능했겠냐”며 “전직 대통령을 지지해 왔던 공화당원들이 이번 발언을 어떻게 옹호할 수 있겠냐”며 맹비난했다.

공화당원들은 전통적으로 링컨 대통령이 남부의 연방 탈퇴 저지와 노예제 폐지에 기여한 업적을 높이 평가하며 그를 영웅으로 꼽는다.

역사학자들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부정확하다며 지적했다. 미국 역사협회 전무이사인 제임스 그로스먼은 워싱턴포스트(WP)에 보낸 이메일 논평을 통해 “남부에서 (노예들은) 비인간적 처우를 받았고, 탈퇴를 선언한 주들은 노예제를 유지하기 위해 연방을 떠났다”며 “이건 ‘협상’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데이비드 블라이트 예일대 역사학 교수도 “초등학교 수준의 말도 안 되는 소리이자 역사적으로 무지한 소리”라며 맹비난했다.

블라이트 교수는 “남북전쟁은 미국에서 발생한 가장 중요하고 분열적 사건”이라며 “서사적이고 끔찍한 중요성을 지니고 있는데, 트럼프의 발언은 이를 일종의 정치적 장난 거리로 축소시킨다”고 꼬집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