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1980년대, 남아프리카에서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미 국립정신건강연구소의 로젠탈 박사가 이전에는 없던 변화를 느끼게 됐다. 겨울이 되면 무기력하고 생산성이 떨어지지만 봄이 오면 평소의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을 느낀 그는 일조량의 변화가 원인이란 가설하에 연구를 시작했다. 미국의 지역별로 계절성 우울증 유병률이 다르다는 사실이 이 가설을 뒷받침했다. 적도에 가까워 겨울에도 춥지 않은 플로리다주에서는 단 1%의 사람들만이 계절성 우울증을 경험하는 반면, 알래스카에서는 9%의 사람들이 계절성 우울증에 빠진다. 미국 내 결과만이 아니다.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유명한 북유럽 국가들은 그래서 우울증과 거리가 멀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추위에 따라온 무기력과 우울감으로 고생하고 계신다면, 이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방법들을 알려드린다.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일조량을 늘리는 것이다. 기분 조절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뇌의 세로토닌 활동에 햇빛이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추위로 인해 외부 활동이 절로 줄어들겠지만, 그래도 가능한 한 햇볕 쬐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인위적으로 빛을 쪼여주는 광치료기 또한 다수의 연구에서 효과가 입증됐다. 시판되는 기기들을 활용할 수 있는데, 최소한 1만 룩스(Lux) 이상의 빛이어야 하며, 직접 빛을 바라보지 않아도 한 발자국 떨어져 앉아 최소 30분 이상의 시간을 보내면 된다. 늦어도 오전 10시 이전의 이른 시간에 빛을 쬐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다.
마지막으로는 이 계절에 따른 변화를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다. 노르웨이의 트롬쇠 지역은 북극권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계절성 우울증 발생이 유독 적은 곳이다. 연구자들은 그 지역 사람들이 겨울을 견디며 다른 계절과 똑같이 지내려 노력하지 않고, 겨울철에만 할 수 있는 활동들로 그 기간을 즐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모든 동식물의 활동성이 감소하는 이 겨울에도 나머지 계절과 똑같이 생산적으로 지내야 한다는 생각이 우리의 지나친 기대와 욕심 아닐까? 우리 모두에게 조금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쉬어 갈 수 있는 겨울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 원장의 ‘정신과 의사들이 말하는 겨울에 몸이 무거운 이유 & 최고의 예방법은?’(https://youtu.be/rF-gENoP2p0?si=VyRqOyh-98trq7qL)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