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줄곧 사용하던 연장처럼 사람이나 일에도 익숙해지게 마련이다. 도배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었다. 도배 작업부터 시작해서 현장 곳곳의 모습들이 신기하고 궁금했다. 이건 왜 이럴까? 저건 왜 저런 방법으로 할까? 늘 물음표투성이였다. 그러나 6년 차인 지금은 모든 게 당연해서, 이건 원래 이런 것이고 저건 그냥 저렇게 하는 거라며 무심히 지나치게 된다. 처음 도배를 시작한 사람들이 현장에 와서 낯설고 두려워하면서도 신기하고 궁금해하는 모습을 보면, 익숙함에 젖어 있는 내 모습이 덮치듯 다가와 나를 놀라게 한다.
서투르지 않은 상태가 되어 몸과 마음이 조금씩 편해지다 보니 새로운 도전에 대해서도 점점 망설이게 된다. 그동안 죽 일해 온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은 내게 이미 익숙하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도 주변에 많지만, 구축 아파트라든가 상가처럼 낯선 곳에서 처음부터 새롭게 배워야 하는 도배 작업에는 선뜻 도전하기가 어렵다. 처음 도배를 시작했을 때는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선 것이 당연해 충분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고 어려움이 닥쳐오더라도 더 용기 내어 버틸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다. 어느새 도전을 겁내고 주저하고 있다.
새로운 해, 새로운 나이가 아직은 낯설고 어색하다. 어떤 한 해가 될지 겁도 나고 기대도 된다. 나는 스스로를 낯설고 어색한 환경에 놓아보려 한다. 2024년이라는 숫자와 한 살 많아진 내 나이가 익숙해질 때쯤 되면 나도 또 다른 새로운 일에 익숙해져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익숙한 환경에서 내가 잘하는 일을 하는 것 그리고 사람들에게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편하고 자신 있지만, 나는 가장 두렵고 불편한 도전을 하고 그 안에서 용기 내어 버티는 힘을 다시 길러보고자 마음먹는다. 올해의 내 목표는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