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반도체 K클라우드 사업 추진 대학서 반도체 체험 교육 받은 학생들 기업 진출땐 시장 선도 첨병 역할 가능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인공지능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에서는 K클라우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에서 수행하는 중요 프로젝트 중 하나는 국산 인공지능 반도체를 활용하여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국내 반도체 기업과 클라우드 기업의 협력을 지원하는 것이다. 즉, 국산 인공지능 반도체가 국내 개발자들에게 사용되고 평가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주요 목표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이라고 하지만 시스템반도체 분야로 한정하면 세계 시장 점유율이 3% 이하다. 이 점유율은 국내 대기업에서 개발하는 반도체 혹은 이미 수요처가 정해진 기존 반도체들로 대부분 채워지기 때문에 그 외의 벤처기업들이 새로 개발하는 반도체는 거의 사용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즉, 최근 설립된 우리나라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들이 새로 개발한 반도체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조차 받기 어렵다는 냉정한 현실을 이 점유율 수치가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K클라우드 사업을 통해 시장에서 평가받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국내 기업에 매우 유용한 지원이 될 수 있다.
K클라우드 사업과 유사한 목표를 가지는 정부 정책으로 우리 영화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스크린쿼터제가 있다. 이 제도는 국내 영화를 의무적으로 일정 기간 이상 상영하도록 함으로써 개봉조차 되지 않는 국산 영화를 줄이고 관객들에게 평가받을 수 있게 한다. 스크린쿼터제를 통해 영화가 개봉된다면 당초 볼 계획에 없었더라도 우연히 보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영화관에 갔는데, 원래 보려던 영화가 매진되었거나 다른 선택지가 없든지 혹은 두 시간 정도 여유가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우연히 본 영화라도 작품성이 우수하다면 입소문을 통해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
인텔이나 엔비디아 같은 글로벌 기업이 만든 반도체들도 신제품에는 동작 오류가 많지만 개발자들이 검증 과정에 참여하는 데 거부감이 없다. 다른 선택지가 없고, 또한 이 반도체들은 많이 사용될 것이 분명하며, 검증 과정의 노하우는 개발자 개인 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국산 반도체의 경우, 이 반도체가 널리 사용되지 않는다면 검증 과정의 노하우는 시간 낭비가 될 뿐이다. 재미없는 영화를 봤더라도 2시간 정도 허비했다고 생각하면 되지만 반도체의 검증 과정은 수개월 이상을 허비한다. 성능이 검증된 해외 인공지능 반도체라는 선택지가 있는데 국산 반도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K클라우드 사업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완 방안이 필요하다.
필자가 초중학생일 때 영화 단체 관람이 종종 있었다. 수준 높은 영화가 개봉되면 학생 모두 영화를 관람하도록 학교에서 추진했었다. 영화 산업에서의 단체 관람을 반도체 산업에 적용해 본다면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반도체 교육을 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국산 인공지능 반도체를 사용하는 강의 및 실습을 한다면 수강 학생들은 단체로 국산 반도체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수업을 통해 반도체에 어떠한 동작 오류가 있고 이를 피해 가는 방법을 파악하게 된다면 해당 반도체의 지뢰밭을 한 번 지나가 보는 셈이 된다. 인공지능 반도체의 동작 원리는 유사하기 때문에 국산 반도체의 동작 오류를 이해하면 해당 반도체가 아니더라도 해외 인공지능 반도체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사용 노하우를 얻게 되기 때문에 학생 개인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또한 대학에서 찾아낸 동작 오류 해결 방법을 개발 기업에 전달하면 해당 반도체의 동작 오류를 줄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한 번 지나가 본 지뢰밭은 다시 지나가게 되더라도 두려움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대학에서 국산 반도체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졸업 후에 개발자로 취업한다면 국산 반도체 사용에 대한 거부감도 줄어들 것이다. 이런 학생이 매년 수백 혹은 수천 명 양성된다면 이들이 국산 반도체의 시장 진입을 이끌어 가는 첨병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K클라우드 사업의 효과적인 지원을 통해 국산 인공지능 반도체가 시장에 안착되고, 우리 반도체 산업의 숙원인 시스템반도체 산업 발전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