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내년 입학 정원의 최대 20∼25% 이상을 무전공으로 선발하는 대학에 인센티브(약 4426억 원)를 주기로 하면서 주요 대학이 무전공 입학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서울대는 내년 3월 입학 정원의 11%가 넘는 400명 규모 학부대학을 출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고 한양대는 정원 250명의 ‘한양인터칼리지’를 신설하기로 했다. 연세대와 성균관대도 무전공 선발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무전공 입학은 학과를 선택하지 않고 입학한 뒤 다양한 전공 기초과목을 탐색하고 2학년 이후 전공을 결정한다. 현재는 전체 대입 정원의 1% 수준이다. 학과 간 높은 장벽을 허물어 대학의 혁신을 유도하고,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향은 바람직하다. 문제는 ‘디테일’에 있다.
무전공 선발은 2009학년도 대입에서 자유전공이라는 이름으로 도입됐다가 2010년대 중반 이후 선발 인원수를 줄이거나 모집을 중단하는 폐지 수순을 밟은 적이 있다. 취업에 유리한 전공으로 학생들의 쏠림 현상이 일어났고 해당 전공의 교수와 실험실 등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 보니 성적순으로 전공 선택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교육부는 국가장학금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등록금을 동결해 대학들을 재정 위기로 몰아 놓고서는 이번에는 인센티브를 내세워 대학을 줄 세우려 한다. 역대 정부마다 교육부가 재정으로 대학을 압박해 대학 혁신 사업을 추진했지만, 매년 대학 경쟁력은 하락해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평가에서 49위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교육부가 무전공 선발이라는 혁신 방향을 제시하되 대학이 자율성을 갖고 뛸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