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내 확성기 15대 중 상당수가 외곽에 설치돼 있고 그중 1대는 고장 나 북한의 포격 직후 대피방송을 듣지 못한 주민이 적지 않았다. 같은 날 오후 옹진군 직원들이 대피소를 점검하고 있다. 연평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북한이 연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 포격 도발을 감행하며 긴장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연평도 백령도 등 서해 5도 주민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북한 위협의 최전선에 있는 주민들에게 긴급한 상황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문제가 더 심각하다. 5일 첫 포격 도발 땐 긴급 대피령까지 내려졌지만, 연평도 주민 상당수가 대피소로 이동하라는 방송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한다. 2010년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이 숨진 북한 포격 도발의 아픔을 겪었던 주민들로선 더욱 불안이 클 수밖에 없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연평도 민가와 상점 27곳을 조사한 결과 3분의 2에 해당하는 18곳에서 대피 방송을 듣지 못했거나 음질 불량으로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주민들은 “이웃 주민이 와서 대피 방송을 전해주거나 이장이 문을 두드리며 대피하라고 얘기해 줬다”고 말했다. 취재진 점검 결과 방송 확성기는 대부분 마을 내부가 아닌 외곽에 설치돼 있어 청력이 약한 사람들이 듣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더욱이 확성기 1대는 고장 난 채 방치돼 있었다.
북한 포격의 물리적 타격권 안에 있는 접경지 주민에겐 정확한 정보와 신속한 경보 체계가 안전을 지키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유사시 가장 먼저 대피해야 할 주민들이 확성기 대피 방송조차 제대로 듣지 못했고, 그조차도 북한 도발이 시작된 지 한참 뒤에 들려왔다. 오전 9시경 시작된 북한 포격이 2시간이나 이어졌는데, 대피 방송은 포격이 끝난 뒤 정오 가까이 돼서야 나왔다. 주민들은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알아차릴 수 있었고, 정작 포격이 한창일 땐 아무것도 모른 채였다는 사실에 불만을 터뜨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