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사람] 알자지라방송 가자지구 지국장 작년 10월 부인-자식 둘-손자 희생… 최근엔 회사 후배인 장남까지 숨져 장례식에 ‘Press 조끼’ 입고 나와… “가자지구 보라, 여기 정의는 없다”
와엘 알 다흐두흐 알자지라방송 가자지구 지국장(가운데)이 지난해 10월 26일 가자 남부 데이르알발라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한 살배기 손자를 품에 안고 있다. 다흐두흐 지국장의 장남이자 같은 방송의 후배 기자인 함자(왼쪽) 또한 어린 조카의 시신에 손을 얹고 슬퍼하고 있다. 이달 7일 취재 중이던 함자 또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데이르알발라=AP 뉴시스
와엘 알 다흐두흐 알자지라방송 가자지구 지국장
“가족 5명을 잃었지만 가자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을 계속 보도할 겁니다.”
지난해 10월 말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과정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난민촌 공습으로 부인, 자식 2명, 손자를 잃었지만 곧바로 현장 생중계에 복귀해 주목받았던 아랍권 최대 보도채널 알자지라방송의 와엘 알 다흐두흐 가자지구 지국장(54)이 7일 같은 회사의 카메라 기자로 근무하던 장남 함자(28)까지 잃었다. 이번 전쟁으로 가족 5명을 잃은 것이다. 다흐두흐 지국장은 같은 날 치러진 함자의 장례식에도 평상시 모습대로 ‘언론(press)’이라고 적힌 파란색 방탄조끼를 입고 나타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알자지라는 이날 함자가 가자지구 남부의 최대 도시 칸유니스에서 인근 난민촌을 취재하러 승용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아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함자 외에 같은 차에 타고 있던 동료 기자 1명 또한 숨졌고 3명은 부상을 입었다. 해당 차량은 지붕과 보닛이 모두 사라져 공습 당시의 참상을 짐작하게 했다.
다흐두흐 지국장도 지난해 12월 취재 중 공습으로 부상을 당했다. 이날도 오른손에 보호대를 낀 채로 싸늘해진 장남의 손을 꼭 쥐었다. 장남의 장례식을 마친 그는 “가자지구의 민간인과 언론인에게 일어나는 일을 보라. 이곳에 정의는 없다”고 분노했다.
‘국제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후 이달 4일까지 최소 77명의 언론인이 희생됐다고 밝혔다. CPJ는 “함자 사건에 대한 독립 조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중동 전쟁의 확전 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이란이 이스라엘 주변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며 물러서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같은 날 카타르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을 가리켜 “(중동 전역으로) 쉽게 전이될 수 있는 분쟁”이라고 우려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