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확성기 15대 대부분 외곽에 음질도 나빠 내용 전달 잘 안돼
연평도 내 확성기 15대 중 상당수가 외곽에 설치돼 있고 그중 1대는 고장 나 북한의 포격 직후 대피방송을 듣지 못한 주민이 적지 않았다. 같은 날 오후 옹진군 직원들이 대피소를 점검하고 있다. 연평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대피해야 하는 줄도 모르고 혼자 정자에 앉아 있었네요.”
8일 인천 옹진군 서해5도 연평도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최모 씨(86)는 “대피 방송이 울린 줄도 몰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의 포격 도발로 대피령이 내려진 5일 대피 방송을 듣지 못한 최 씨는 홀로 마을 정자에 앉아 있다가 이를 뒤늦게 알아차린 이웃 주민들이 데리러 온 뒤에야 대피소로 이동할 수 있었다.
북한이 5일부터 사흘 연속으로 연평도 등 서해 접경 지역에 포격 도발을 감행한 가운데, 대피 안내 방송을 듣지 못했다는 주민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연평도 내 민가와 상점 27곳을 취재한 결과 절반이 넘는 18곳이 “대피 방송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중 9곳은 “안내 방송을 듣지 못했다”고 했고, 나머지는 “음질 불량 등으로 대피 안내 내용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8일 오전 인천 옹진군 서해5도 연평도의 한 마을 외곽에 확성기가 설치돼 있다. 연평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특히 발전소 인근에 있는 확성기 1대는 고장 난 채 방치돼 있어 인근에선 방송을 전혀 들을 수 없었다. 연평도 마을 주민 A 씨는 “올해 사격이 계속 있을 수도 있다는 뉴스를 봤는데, 안내 방송 장비도 허술해 불안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연평면사무소 관계자는 “곧 보수 업체를 불러 (고장 난 확성기를) 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연평도=한종호 기자 h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