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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발견 어렵고 재발 잦은 ‘담도암’…면역 항암제 병용요법으로 생존율 증가”

입력 | 2024-01-10 03:00:00

홍정용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알려주는 담도암 최신 치료법
초기엔 증상 없고 진단 어려워…수술해도 10명 중 7명꼴로 재발
국소 진행성-전이성 환자라면 ‘더발루맙’ 병용 치료가 효과적
생존율 10%서 25%까지 끌어올려 패혈증 동반한 암 완치 사례도



홍정용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최근 당뇨병, 비만, 지방간 등과 담도암 발생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담도암은 간에서 만드는 담즙이 배출되는 통로인 ‘담관’과 담즙을 저장하는 ‘담낭’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이다. 상당히 진행되기 전에는 뚜렷한 임상 증상이 없어 조기 진단이 힘들고 재발률이 높아 장기 생존을 기대하기 어렵다. 수술이 가능한 상태로 발견되는 환자는 약 20∼30%에 불과하고 수술이 가능해도 60∼70%의 환자는 재발할 만큼 예후가 좋지 않다.

홍정용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에게 담도암의 최신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담도암의 발생 원인은 무엇인가.


“B·C형 간염, 간흡충증 또는 담낭 결석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간흡충증이나 간염에 걸린 적이 없어도 담도암이 생기는 환자가 많다. 최근 담도암과 췌장암의 위험 인자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당뇨병 등 대사증후군과 같은 만성질환이나 지방간이 담도암과 췌장암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을 알아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당뇨병 전 단계이거나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흡연이나 소량의 음주에도 담도암 발병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금연한 사람의 담도암 발병 위험은 흡연을 하지 않은 사람과 비슷했기 때문에 흡연 중이라도 빠른 시일에 금연한다면 담도암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담도암의 증상은 어떤 것이 있나.

“특징적인 증상은 황달이다. 담도염 등으로 열이 발생하거나 황달이 생겨 응급실을 방문하는 경우가 있다. 담도암은 췌장암과 마찬가지로 조기 발견이 어려운데 담도암 5년 생존율은 30% 미만으로 췌장암 15.2% 다음으로 낮다.”



―담도암의 조기 진단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담도암 진단은 초음파, CT, MRI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뤄지는데 영상만으로는 진단하기가 어렵다. 복부 초음파 검사를 해도 발견이 쉽지 않으며 이미 진단됐을 때 상당히 진행된 경우도 많다. 간암은 CT나 MRI 영상에서 특이적인 소견이 있거나 종양 표지자가 있는 경우 임상적 진단이 가능하지만 담도암은 조직검사를 통해 확정 진단이 이뤄져야 된다.”



―치료 예후는 어떠한가.

“담도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에 암이 상당히 진행된 시점에 발견된다. 실제 전체 진단 환자의 20∼30% 정도만 수술이 가능하며 나머지는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를 진행한다. 처음부터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재발로 인해 항암 치료를 하는 경우에는 예후가 좋지 않다. 수술 환자는 예외 없이 재발 방지를 위한 보조 항암 치료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반 이상의 환자가 재발을 경험한다. 최근 신약도 나왔지만 현재까지는 담도암 항암제의 효과는 다른 암종에 비해 좋지 않은 실정이다. 일부 보고에서는 담도암 환자 중 10%는 어떠한 치료도 할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담도암 환자의 1차 치료로 면역 항암제를 병용한 치료법이 등장했다고 들었다.

“면역 항암제는 기존 표적 항암제나 세포 독성 항암제와 달리 반응이 오래 지속된다. 세포 독성 항암제만으로 내성이 빨리 생길 수 있는 환자도 면역 항암제를 함께 사용하면서 내성 발생은 느려지고 효과는 더 지속되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 굉장히 큰 장점이다. 담도암 면역 항암제는 PD-1 억제제, PD-L1 억제제, CTLA-4 억제제 등 다양하다. 그중 PD-L1 억제제인 더발루맙은 현재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담도암과 담낭암 환자의 1차 병행 요법 치료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더발루맙 병용 요법 효과를 확인한 TOPAZ-1 연구에 대해 말해달라.

“서울대병원 오도연 교수가 TOPAZ-1 연구 초기부터 주도했고 주요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여러 기관과 의료진이 참여했다. 나도 연구자로 참여했다. 글로벌 임상 연구는 주로 해외 주도로 이뤄지는데 해외에서 아무리 좋은 데이터가 발표돼도 한국인 등 아시아인 비율이 적은 경우 식약처 통과가 어렵다. 최근에는 주요 상급종합병원이 임상 연구에 참여해 해외 주도로 진행된 글로벌 임상 연구라도 한국인의 비율이 적지는 않다. 무엇보다 TOPAZ-1 연구는 등록 환자 다수가 아시아인이고 그중에서도 한국인이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더발루맙의 치료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기존에 1차 치료로 쓰이던 젬시타빈·시스플라틴과 함께 면역 항암제 더발루맙을 병용한 TOPAZ-1 연구 결과가 나온 후 실제 진료 현장에서 더발루맙을 사용하고 있다. 기존 세포 독성 항암 치료만 진행할 때보다 면역 항암제 더발루맙을 병용한 경우 전체 생존 기간은 20%, 무진행 생존 기간에서는 25%의 개선 효과를 보였다. 재발 또는 전이된 담도암 환자에게 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 요법을 1차 치료로 사용했을 때 2년 시점 전체 생존율은 10%인 데 반해 더발루맙을 병용한 환자에게서는 그 수치가 25%로 향상했다. 즉, 세포 독성 항암제로 치료 시 2년 시점에 100명의 환자 중 10명의 환자만이 생존했는데 더발루맙과 병용할 경우 100명에서 25명으로 생존하는 환자가 증가한 것이다.”



―더발루맙 병용 요법은 얼마나 지속해야 하는가.

“TOPAZ-1 임상 연구 설계는 더발루맙·젬시타빈·시스플라틴 3제 요법을 3주에 한 번씩 8 사이클 사용하고 난 후에 효과가 유지되는 환자는 젬시타빈·시스플라틴을 제외한 더발루맙만 4주 간격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돼 있다.”



―더발루맙 병용 요법을 통해 좋은 효과를 확인한 환자 사례가 있나.


“담낭암 여성 환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처음에 담도염으로 인한 담도 패혈증으로 응급실에 왔고 검사 결과 담낭암 진단을 받았다. 당시 암의 크기가 약 4∼5㎝ 정도로 담낭이 팽팽하게 부풀어 있을 정도로 꽤 큰 편이었으며 담도 패혈증이 동반됐다. 더발루맙 병용 요법 치료를 진행했고 담낭 내 암 덩어리가 거의 사라져 완전 관해(CR)에 도달했다. 현재는 8 사이클을 마친 후 담낭 벽에 약간의 비후 정도만 남아 있어 더발루맙 단독 유지 요법으로 치료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환자들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면….

“암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예방, 조기 발견, 치료의 3박자가 모두 갖춰져야 한다. 치료 측면에서 담도암이 지난 10년 동안 암흑기를 가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1차 치료에서 많은 발전이 나타나고 있고 이제 시작 단계라고 생각한다. 여러 치료제의 등장으로 치료는 발전하고 있으나 예방은 마땅치 않았다. 최소한 비만, 당뇨병, 흡연, 음주, 지방간 등 5가지를 잘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담도암 발생 비율을 유의하게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더발루맙을 치료에 많이 쓰고 있지만 급여 적용이 되지 않으면 환자가 쓰기 어렵다. 최근 위암, 간암 등에서 항암제 급여가 인정됐는데 담도암 치료를 위해 더발루맙도 급여가 적용되면 좋겠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