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창 경제부 차장
“명시적으로는 포함이 안 됐습니다만….”
이틀 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 보고에 참석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답변을 들으며 일단 의문 하나는 해소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추진을 공식화했을 때부터 풀리지 않던 의문이었다. 윤 대통령 발표 직후 기재부는 “금투세 폐지는 현 정부의 공약과 국정과제”라고 했다. 하지만 공약집이나 국정과제 자료집을 다시 들춰봐도 금투세 폐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침 금투세 폐지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냐는 질문이 나왔고 최 부총리가 확인해줬다.
모든 질문들에 답이 ‘명시적’이었던 건 아니었다. 그간 금투세와 함께 논의해 왔던 증권거래세는 개편 방향을 가늠조차 하기 어려웠다. 최 부총리는 금투세와 증권거래세가 패키지로 묶여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금투세 폐지 관련 입법 사항을 논의할 때 같이 논의하겠다”고 했다. 여야와 정부는 2022년 금투세 도입을 내년 1월로 2년 미루면서 증권거래세율도 단계적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코스피의 경우 증권거래세율은 0%가 적용된다.
‘부자 감세’가 아닌 ‘투자자 감세’라는 말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최 부총리는 “금투세 폐지는 1400만 투자자를 위한 투자자 감세”라고 말했다. 금투세를 시행하면 큰손 투자자들이 시장을 이탈하게 되고 이로 인한 주가 하락 등 피해는 개미투자자까지 보게 된다는 의미로 이해했다. 일리 있지만 부자 감세가 아닌 건 아니다. 지난해 전문가들이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낸 사상 최고 수익률이 12% 정도다. 개인투자자가 연간 12% 수익률을 내 5000만 원 이상을 벌려면 원금만 4억 원 넘게 필요하다.
금투세 폐지의 이유로 들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에 대한 최 부총리의 설명도 이어졌지만 여전히 납득하기 어려웠다. 미국도 주식 시세차익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도 서학개미들까지 투자를 늘리는 건 국내보다 세 부담이 높아도 투자자 권익 보장 등 투자 매력이 높기 때문이다.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주주 환원율을 제고해 투자 매력을 높이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세제상 이점으로 승부해 국내 증시를 키우겠다는 건 퇴행적이다.
최 부총리는 시종일관 굳은 얼굴로 1분이라도 더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금투세 폐지가 공매도 전면 금지, 주식 양도소득세 완화와 함께 ‘총선용 표심잡기 3종 세트’가 아니라면 고민이 담긴 구체적인 답들을 내놨어야 한다. “명시적으로 포함 안 돼 있지만 국정과제”라는 겉만 번지르르한 말들로는 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박희창 경제부 차장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