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이민법 개정 밀어붙이다 역풍 집권 1기부터 함께해 온 보른 사임 복싱 영상 올리며 “올림픽 D―200” 임기 3년 남기고 국면 전환 노려
가브리엘 아탈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일간 르몽드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9일 후임 총리로 가브리엘 아탈 교육장관을 지명했다. 그는 35세의 ‘젊은 피’다.
지난해 12월 말 이민법 개정에 반대한 장관 4명이 사의를 밝히는 등 최근 내각과 집권 르네상스당에서도 마크롱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런 상황에서 올 6월 유럽의회 의원 선거, 7월 2024 파리 올림픽이란 국가 대사를 앞둔 마크롱 대통령이 내각 개편 카드로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국정 장악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국면 전환 위해 측근 총리 교체
‘복싱 영상’ 띄운 마크롱 소셜미디어 ‘X’에 권투 영상을 게재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는 그가 강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사진 출처 마크롱 대통령 ‘X’
마크롱 대통령은 20개월 만에 물러나는 보른 전 총리의 사임 발표 직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그와 환하게 웃으며 대화하는 사진을 올리고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썼다. 하지만 보른 전 총리는 사임 서한에서 “개혁을 계속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자신의 의지로 사퇴하는 것이 아님을 드러냈다. 프랑스에선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하지만 해임할 수는 없고 그 대신 사임을 요구하는 구조다.
보른 전 총리는 마크롱 정권이 각종 개혁정책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야권으로부터 여러 번 사퇴 압박을 받았다. 그는 집권당이 다수를 차지하지 못해 지난해 3월 정년을 기존 62세에서 64세로 올리는 연금개혁안 처리가 어려워지자 하원 표결을 생략한 채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의회를 무시하고 개혁을 추진했다는 반발 여론 속에 야권의 집중 타깃이 됐다.
● 35세 성소수자 총리
마크롱 대통령은 8일 X에 어깨에 권투 글러브를 걸친 채 권투를 하는 영상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그는 “올림픽이 200일 후에 시작된다. 올해 스포츠는 국가적 대의”라며 경호원들과 정기적으로 체육관에서 복싱을 하고 있음을 알렸다. 파리 올림픽 홍보를 앞세워 강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강조하려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집권 르네상스당의 지지율은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에 최소 10%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선 전후 40%를 넘겼던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 또한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층의 지지를 많이 받는 아탈 장관이 총리로 지명되며 국정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