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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쓴 자소서, 오류 없지만 평범… 대입 도움 안돼”

입력 | 2024-01-10 03:00:00

명문대 단골 질문 전문가 검토 결과
“디테일 부족하고 때론 뜬금없어
독창성 한계… 참고자료로만 활용을”




“처음으로 쓴 시를 낭송하려고 지역청소년센터에서 떨고 있던 제 모습이 떠오르네요. 그 순간 제 인생이 바뀌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인공지능(AI) 챗GPT가 미국 하버드대에 입학할 수 있을까.’ 오픈AI가 생성형 AI 챗봇 ‘챗GPT’를 출시한 지 1년이 넘은 지금, 미 워싱턴포스트(WP)가 도발적인 실험을 했다. 하버드대 등 미 명문대가 지원자에게 요구하는 자기소개서 격인 에세이의 단골 질문 ‘자신의 성장을 촉발한 사건 등을 서술하라’에 대해 챗GPT는 어떤 글을 작성했는지를 살펴봤다.

WP가 미 아이비리그 대학입시 전문가인 애덤 응우옌 씨에게 챗GPT가 작성한 549개 단어로 이뤄진 자소서 검토를 요청한 결과, 해당 글은 “쉽게 읽히고 문법적 오류가 거의 없어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실제 합격 가능성에 대해선 “너무 평범해 지원자에게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란 부정적 반응이 나왔다.

에세이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지만, 디테일한 측면에서 부족함이 드러난다는 게 전반적인 총평이다. 예를 들어 “나는 작은 조각들(little pieces)을 썼다”고 했는데,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 구체적이지 않아 의미 전달이 안 된다는 것이다. 지원자가 처음 낭송했다는 시가 어떤 내용인지도 에세이에 담기지 않았다.

챗GPT는 “낭송 이후 관객의 찬사를 받았다”고 해놓고, 돌연 “이 센터에서 인종차별 같은 문제를 이야기했다”고 쓴 것도 뜬금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응우옌 씨는 “에세이가 절반쯤 지나면서 한 주제에서 다른 주제로 넘어가는 방식에 짜증이 났다”며 “AI는 이처럼 ‘무작위적인 방식’으로 글을 정리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사회학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시 쓰기와 연결시켰다’거나 ‘공부와 취미의 균형을 맞추려 오래된 엽서를 모으는 취미를 가졌다’ 등은 글의 흐름에서 다소 벗어나고 관련성이 떨어졌다. ‘(시를 통해) 성적도 좋아지고 인간관계도 돈독해졌다’와 같은 마무리는 “매우 진부하다”고 촌평했다.

응우옌 씨는 WP에 “AI가 일상적인 글쓰기는 몰라도, 아직 대입 에세이 같은 (자신을 구체적이고 독창적으로 드러내야 하는) 특별한 작문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글짓기에 자신 없는 이들이 ‘브레인스토밍’을 위한 참고자료 정도로 이용하길 제안한다”고 했다. 단순히 영감을 얻는 수준 이상으로 AI의 글을 활용했다간 오히려 더 큰 불이익이 따를 수도 있다는 경고였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