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막스플랑크硏 이끌 차미영 교수 노벨상 31명 배출 ‘기초과학 성지’… ‘상대성이론’ 아인슈타인도 거쳐가 코로나 팩트체크 151개국에 전파… “우리 삶 나아지는 연구 이어갈 것”
차미영 기초과학연구원 데이터사이언스 연구그룹장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기초과학의 ‘성지’로도 유명하다. 전신이었던 카이저빌헬름 연구소를 포함해 총 3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상대성이론’으로 유명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이곳 출신이다. 이 연구소에 한국인이 단장으로 선임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8월 강사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가 막스플랑크 기후과학 연구소 단장으로 선임된 적이 있지만 그는 미국 국적자다.
이런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철학은 차 그룹장과 잘 맞았다. KAIST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토종 한국인’인 차 그룹장은 “대학 시절 ‘최고’, ‘최초’, ‘유일’한 연구 중 하나의 조건은 만족시켜야 좋은 연구라고 배웠다”며 “지금까지 세 가지 조건 중 ‘최초의 연구’에 주력해왔다”고 말했다.
차 그룹장이 개척한 분야는 데이터를 활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다. 차 그룹장은 허위정보 문제가 본격 불거지기 전인 2012년부터 인터넷 속 혐오 표현과 허위정보에 대해 분석해왔다. 이 연구를 기반으로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허위정보를 팩트체크해 151개국에 전파하기도 했다.
차 그룹장은 과학자로서 몰입할 수 있었던 힘을 ‘지루한’ 어린 시절에서 찾았다. 강원 춘천에서 자란 그는 “TV나 각종 놀잇감이 부족해 혼자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 덕에 하나에 몰입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별이 형성되는 과정을 배운 뒤 눈을 감으면 별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고 했다.
차 그룹장은 “TV보다는 음악이나 책처럼 상상의 폭이 넓은 콘텐츠를 즐긴다. 과학을 연구할 때도 상상력이 넓어진다”며 “과학자는 나를 어디에 노출시키는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차 그룹장은 “KAIST의 배려로 교수직을 유지하게 됐지만 한국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힘들 것 같다”며 “하지만 연구 협력을 통해 한국 학생들의 연구 역량을 높이는 데 계속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