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축구의 전설 베켄바워 별세 선수-감독으로 월드컵 우승 기록 리베로 정립… 펠레 “축구 제일 잘해” 분데스리가 함께 뛴 차범근과 각별
1960, 70년대 세계 축구 최고의 테크니션이었던 프란츠 베켄바워가 7일(현지 시간) 79세로 영면했다. 베켄바워가 1974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때 서독 대표팀 주장으로 우승을 이끈 뒤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AP 뉴시스
독일 축구의 살아 있는 전설이었던 프란츠 베켄바워가 영원한 레전드로 이름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축구 스타들은 베켄바워의 영면을 애도했다.
유족은 8일(현지 시간) “베켄바워가 전날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알렸다. 향년 79세. 사망 원인은 알리지 않았다. 베켄바워는 2019년부터 건강이 나빠져 한쪽 눈 시력을 잃었고 판단력과 기억력도 많이 흐려졌다. 심장 수술도 두 번 받았다. 최근 몇 달 새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
베켄바워는 선수뿐 아니라 지도자와 행정가로도 축구 역사에 거인의 발자국을 남겼다. 선수 시절 뛴 모든 팀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선 고향 팀 바이에른 뮌헨과 함부르크에서 뛰었다. 뉴욕 코스모스(미국)에서도 3년간 선수 생활을 했는데 입단 첫해인 1977년엔 ‘축구 황제’ 펠레(1940∼2022)와 함께 뛰었다. 생전에 베켄바워는 “월드컵에서 우승한 것보다 펠레와 함께 뛴 게 내게는 더 영광”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펠레 역시 베켄바워를 두고 “같이 뛰어본 선수 중 최고”라고 했다. 국가대표로는 1974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때 서독 대표팀 주장으로 우승을 이끌었다.
독일 월드컵을 3년 앞둔 2003년 월드컵 트로피 투어 행사에서 카메라 앞에 함께 선 베켄바워(왼쪽)와 ‘축구 황제’ 펠레. 베켄바워와 펠레는 1977년 미국의 프로 팀 뉴욕 코스모스에서 함께 뛰기도 했다. AP 뉴시스
베켄바워는 차범근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71)과 가깝게 지냈다. 베켄바워와 차 전 감독은 소속 팀은 달랐지만 1980∼82년 분데스리가에서 함께 뛰었다. 차 전 감독의 아들 차두리 한국 대표팀 코치가 2010년 스코틀랜드 리그의 셀틱으로 이적할 당시 취업비자를 받는 데 도움을 주려고 베켄바워가 추천서를 썼다.
메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베켄바워의 선수 시절 사진과 함께 “고이 잠드소서”라는 글을 남겼다. 프랑스 ‘아트 사커의 창시자’ 미셸 플라티니는 “베켄바워는 독일뿐 아니라 세계의 축구를 바꿔 놨다”고 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도 “축구의 친구이자 챔피언 베켄바워는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며 추모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