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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내가 미래의 내게 글쓰는 바통 넘겨”

입력 | 2024-01-10 03:00:00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시상식
“8년전 남편 당선때 서고 싶던 자리”
“어느날 돌연히 글이라는 게 찾아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9일 열린 202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상패를 들고 있다. 왼쪽부터 임택수, 이상민, 이정민, 황녹록, 소윤정, 정한조, 고은산, 한백양, 민경민 씨.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28년 뒤 또다시 신춘문예에 당선된다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후 제 인생이 더 재밌고 풍요로워졌다고 말하고 싶네요.”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상식’. 올해 최고령 당선자인 시나리오 부문 정한조 씨(59)는 “28년 전 다른 신문사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당선된 뒤 인생이 재밌게 흘러간 경험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마치 과거의 제가 미래의 저한테 바통을 넘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시상식에는 정 씨를 비롯해 중편소설 이상민(42), 단편소설 임택수(55), 시 한백양(본명 이상정·37), 시조 고은산(본명 고완수·56), 희곡 소윤정(50), 동화 이정민(45), 문학평론 황녹록(본명 황정화·53), 영화평론 민경민(본명 황경민·34) 씨까지 총 9개 부문 당선자가 참석했다.

당선자들은 단상에 올라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밝혔다. 한백양 씨는 “괴로워지는 와중에도 시 쓰기가 재밌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소윤정 씨는 “오랫동안 연극의 길과 멀리 떨어져 있어 연극은 내게 ‘장롱면허’ 같았다. 어느 날 돌연히 글이라는 것이 저를 찾아와 장롱면허를 가지고 길을 나서게 됐다”고 했다. 이정민 씨는 “2016년 남편이 동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에 당선됐을 때 이 자리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 자리에 정말 설 수 있을지 몰랐다”며 감격했다. 임택수 씨는 “제가 생각하는 글쓰기는 무념무상에 이르기 전 생각하고 생각하는 한없이 지난한 그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당찬 포부도 드러냈다. 고은산 씨는 “시조가 자유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도록 쓰겠다”고 말했다. 황녹록 씨는 “비평이 닿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지점에 이르고 싶다”고 했다. 민경민 씨는 “스크린 아래 마련된 은은한 등불로 좋은 영화를 꾸준히 소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상민 씨는 “삶과 맞대면하고 말해야만 하는 것을 적겠다”고 말했다.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은 축사에서 “소설가 박완서 선생은 40세에 데뷔했다. 오늘 수상자들이 결코 늦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격려했다. 심사위원인 최윤 소설가는 “비언어적 시대, 언어가 뒤로 어딘가 숨어 들어간 때에 언어를 선택한 수상자가 귀해 보인다. 여러분의 이름을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심사위원인 최윤 구효서 소설가, 조강석 문학평론가, 이근배 이우걸 시조시인, 노경실 동화작가, 원종찬 아동문학평론가, 김시무 영화평론가, 이정향 영화감독, 주필호 주피터필름 대표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