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부터 통산후원액 5억달러 대회 총상금의 4배 넘는 액수 우즈 “당연히 새로운 계약 맺을것”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지난해 12월 이벤트 대회 PNC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티오프 직전 활짝 웃고 있다. 이 대회는 우즈가 나이키의 붉은색 셔츠를 입고 나선 마지막 대회가 됐다. 올랜도=AP 뉴시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9·미국)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82승을 거두는 동안 수많은 명장면을 연출했다. 그중에서도 2005년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최종일 16번홀(파3)에서 나온 칩샷은 ‘인생 샷’이라 할 만하다.
우즈가 러프 위에서 친 세컨드샷은 그린에서 90도로 꺾인 뒤 내리막을 타고 홀을 향했다. 홀 가장자리에 잠시 멈춰 선 이 공은 나이키 로고를 드러낸 뒤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우즈는 포효했고, 연장 승부 끝에 우승했다. 나이키는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 중계 영상을 실제 광고에 활용했다.
이처럼 운명과도 같았던 우즈와 나이키의 동행이 27년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우즈는 9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후원 계약 종료 사실을 밝혔다. 우즈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상징적인 브랜드와 함께해 행운이었다. 나를 이끌어준 필 나이트 나이키 창립자와 직원들에게 감사하다”는 글을 올렸다.
나이키는 우즈가 어려울 때도 그와 함께했다. 우즈가 불륜 스캔들에 휘말렸던 2009년과 각종 부상에 시달리며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때에도 나이키는 줄곧 우즈의 편에 섰다. 하지만 나이키는 골프 사업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16년 골프채와 골프공 등 장비 사업에서 철수한 뒤 골프 의류 부문만 남겨뒀다. 이후에도 골프 시장에서 나이키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었다.
골프계에서는 27년 만에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우즈를 어떤 회사가 후원할 것인지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우즈는 소셜미디어에 “내게 새로운 챕터가 있을 거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또 다른 챕터가 있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썼다. 우즈의 에이전트인 마크 스타인버그 역시 “우즈가 새로운 계약을 준비 중이며 흥미로운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