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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살 최연소·첫 동성애자 총리 …프랑스 민심 홀린 아탈

입력 | 2024-01-10 12:06:00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가브리엘 아탈 교육부 장관을 신임 총리로 임명했다. 1989년 3월생으로 34세인 아탈이 총리직을 맡으면서 1984년 37세에 총리로 임명된 로랑 파비우스 전 총리가 세운 최연소 총리 기록을 깼다. 동시에 프랑스 역사상 최초로 자신의 성적지향을 공개(커밍아웃)한 동성애자 총리이기도 하다.

AFP 통신과 라디오프랑스,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날 취임한 아탈 총리는 17세인 2006년 사회당에 입당한 뒤 이듬해 대통령 선거에서 같은당 세골렌 루아얄 후보 캠프를 도왔다. 대선 기간에는 신규 입사자의 해고를 채용 2년간 용이하게 만든 ‘최초 고용법’ 폐지 운동에 앞장섰다.

2012년에는 사회당 소속 마리솔 투렌 당시 보건부 장관 밑에서 연설문 작성 등의 업무를 하며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대선을 불과 1년 앞둔 2016년 당시 경제부 장관이었던 마크롱의 출마를 지원하기 위해 사회당을 탈당, 극중주의 정당인 르네상스에 입당했다. 2017년 마크롱 대통령 당선과 함께 프랑스 하원에 입성한 그는 이듬해 르네상스 당 대변인을 맡았다.

아탈 총리가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건 정부 대변인 시절이다.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부터 2022년까지 2년간 프랑스 정부를 대표해 감염병 유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보건부 업무 경험도 있는 데다 코로나19 브리핑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지난해 여름 개각에서 보건부 장관 제의를 받았으나 이를 사양했다.

2022년 예산부 장관을 지낸 아탈 총리는 지난해 7월 주목도가 높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직책인 교육부 장관에 전격 임명됐다. 아탈은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 문제를 최우선 해결 과제로 삼고 교사 출신인 마크롱 대통령의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와 함께 관련 정책을 조율했다.

아탈 총리는 사회당 출신인 데다 비교적 온건한 정치성 성향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우파 논객과 보수 정치인들로부터 호의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여기에 쐐기를 박은 건 교육부 장관 취임 직후 처음 단행한 교내 아바야 착용 금지 조치다. 아바야는 무슬림 여성들이 입는 전통 의상인데, 아탈 총리는 프랑스 헌법에 명시된 ‘세속주의’를 근거로 지난해 가을 학기부터 학교에 입고 올 수 없게 했다.


마크롱 대통령을 따라 사회당을 탈당한 만큼 아탈 총리는 마크롱 정부의 탄생을 이끈 ‘개국 공신’이지만 그렇다고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국방부 장관이나 줄리앙 드노르망디 전 농업부 장관 같은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되진 않았다. 그럼에도 최연소 총리직에 오를 수 있었던 건 국민들이 그에게 보내는 신임이 워낙 높았기 때문이다.

아탈 총리는 아바야 금지 조치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인기가 치솟았고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12월 실시한 정치인 호감도 조사에서 에두아르 필리프 전 총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필리프 전 총리가 2년 넘게 1위를 독차지했던 만큼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되자 아탈 총리는 ‘차기 대통령감’으로 급부상했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27%에 그쳤고, 부정 응답은 68%로 치솟았다. 지난해 연금 개혁을 밀어붙인 데다 전기요금 인상 등의 여파로 고물가 상황이 계속되면서 좀처럼 지지율 부진을 면치 못한 탓으로 풀이된다. 오는 6월 유럽연합(EU)의 입법기구인 유럽의회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아탈 총리 임명은 대중적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르네상스 정당 의석수를 조금이라도 늘리려는 마크롱 대통령의 복안이 깔려있다.

다만 아탈 총리의 특권층 이미지는 앞으로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일부 정치 논객들은 아탈이 줄곧 사립학교에만 다녔다는 이유로 다양한 계층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공격해 왔다. 실제로 아탈 총리는 영화 제작자의 아들로 태어나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파리 엘리트 학교인 에콜 알사시엔을 거쳐 프랑스 최고 고등교육기관 ‘그랑제콜’ 중 한 곳인 파리 정치대학을 졸업했다.

이에 대해 아탈 총리는 최근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부모의 이혼과 아버지의 사망을 예로 들면서 자신이 겪은 ‘시련’도 적지 않다고 해명했다. 아탈 총리의 아버지는 튀니지 출신 유대인이며 어머니는 러시아 출신이다. 이로 인해 학창시절 따돌림을 당한 적도 있다고 한다.

한편 아탈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대선 고문이었던 스테판 세주르네 유럽의회 의원과 시민결합(생활동반자로 혼인 관계에 준함)했지만 현재는 별거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2019년 당선된 세주르네 의원은 오는 6월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연임에 도전하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