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전제품 박람회인 CES 2024가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CES 2024는 9일(현지시각) 시작해 오는 12일까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일대에서 개최되며, 총 4000여 개 기업이 전시 부스를 마련한다. 그중에서도 5년 이내 스타트업만 입점할 수 있는 유레카 파크는 올해 1200여 개의 부스가 마련되었으며, 다음 세대의 유니콘 기업을 찾는 엑셀러레이터와 기업 담당자, 전 세계에 기업을 알리기 위한 스타트업인들의 열기로 뜨거운 분위기다.
브라이언 코미스키(Brian Comiskey) CTA 디렉터(좌측) / 출처=IT동아
그렇다면 CES의 주최사인 전미 소비자 가전 협회(CTA)가 주목하는 기업 트렌드는 어떤 경우일까? CES 2024 테크 트렌드 투 와치를 비롯한 다양한 세션을 진행하고 있는 미국의 미래학자 겸 CTA 디렉터인 브라이언 코미스키가 진행하는 CTA 유레카파크 투어에 참여해 CTA가 주목하는 글로벌 스타트업을 만나 직접 소개를 들어보았다.
AI는 물론 디지털 헬스, 푸드테크 세 가지가 핵심
미디어 투어에 앞서 브라이언 코미스키(Brian Comiskey)는 올해 CES의 기술 트렌드를 크게 세 가지로 요약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올해 기술 트렌드는 생성형 AI를 비롯한 인공지능 기술은 물론, 장애 극복이나 웨어러블 장치 등 인류의 삶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디지털 헬스 제품들, 그리고 탄소 배출을 줄이고 더 나은 품질을 추구하는 푸드테크 기술로 요약했다. 이 기준을 바탕으로 CTA가 주목하는 스타트업들을 만났다.
프랑스의 헬리오워터는 태양광으로 증류되는 방식의 담수화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 출처=IT동아
가장 먼저 방문한 기업은 프랑스의 헬리오워터(HELIOWATER)다. 헬리오워터는 100% 자동화된 증류식 담수 생성 장치다. 기존에 필터나 전기분해 방식 등과 달리 태양광 패널로 바닷물을 펌프로 끌어들인 뒤, ‘스피어’라고 부르는 장치를 통해 증류한다. 이 과정에서 복잡한 기기나 유지관리는 필요하지 않고, 모듈 하나로 다섯 명이 마실 수 있는 물을 만들 수 있다.
아우그멘털은 혀로 마우스를 조종하는 장치를 만들고 있다 / 출처=IT동아
이어서 사지마비 장애인 등이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특수 마우스패드를 개발하고 있는 프랑스의 스타트업 아우그멘털(Augmental)을 만났다. 아우그멘털의 장치는 틀니처럼 입 안에 장착한 다음, 혀로 내장된 마우스 패드를 눌러서 마우스를 컨트롤한다. 그간 손이나 시선 인식 등을 활용하는 방식이 있었지만, 사용자에 따라 정확성에 차이가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 아우그멘털은 이 장치를 오는 4월 중에 선보일 예정이며, 더 많은 장애인이 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스위스의 테크 스타트업 라이트하우스 테크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진동 웨어러블 장치를 만들고 있다 / 출처=IT동아
이어서 만난 기업은 스위스의 스타트업 라이트하우스 테크다. 라이트하우스 테크는 비전인식을 활용하는 장애인용 특수 안경을 제작한다. 보통 시각장애인들은 막대기에 의존해 사물을 인식하며 이동해야 하는데, 라이트하우스 테크의 안경은 라이다로 피사체와의 거리를 인식한 뒤 진동의 세기로 거리를 알려준다. 덕분에 바닥이 아닌 얼굴이 보는 방향과 눈높이로 사물과의 거리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고, 또 직관적이고 더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푸드테크, 인공지능 등 융합 기술도 주목할만한 사례
탑테이블의 잉크(좌측)와 푸디안 2.0이 전시되어 있다 / 출처=IT동아
그다음 서울경제진흥원(SBA)으로 이동해 국내 스타트업인 탑테이블을 소개했다. 탑테이블이 주목하는 이유는 최신 기술인 3D 프린팅과 농업 기술을 융복합한 사례이고, 응용하기에 따라 탄소 배출을 저감하고 초개인화 사회에도 적용할 수 있어서다. 탑테이블의 AI 기반 영양맞춤 솔루션 잉크(iink)는 인체 내 녹는 지점을 지정하는 복합 출력물을 활용해 개인에 맞춘 식품 및 영양소 등을 만들 수 있다.
이와 함께 전시된 푸디안 2.0 3D 프린터는 파이나 케이크, 떡 등 다양한 소재의 식품 위에 식품 재질의 3D 프린팅을 적용한다. 현재까지 푸드 관련 3D 프린터가 적진 않은 편이었는데, 고유의 3D 프린팅 결과물은 폰트가 각 잰 듯 인쇄되어 완성도가 높다는 느낌을 주었다.
AGR은 농업 환경을 위한 자율주행 솔루션을 만드는 기업이다 / 출처=IT동아
AGR은 자율주행 기술을 다양한 모빌리티에 적용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에이지롭(AGEROB)을 통해 농업 부문에서 인공지능과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 빅데이터 등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다루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자율주행 해충 퇴치 로봇이나 자율주행 운반 로봇 등 농업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다양한 자율주행 장치들을 만들고 있다.
도저는 개인화된 맞춤 의약품을 만들 수 있는 3D 프린터다 / 출처=IT동아
네덜란드의 스타트업 도저(DOSER)는 개인화된 제약용 3D 프린터를 선보인다. 도저가 만든 3D 프린터는 사용자의 의료정보 등을 바탕으로 본인에게 맞는 약을 즉석에서 조합하는 장치이며, 크기나 형태 등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현대의료가 미치기 어려운 오지나 제3세계 등에서도 적절한 의료 혜택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네덜란드 스타트업 섀비는 소비전력을 낮춰 탄소배출을 줄인 새로운 형태의 오븐을 제안한다 / 출처=IT동아
마지막으로 소개한 제품은 네덜란드 스타트업 섀비(SEVVY) 스마트 쿠커다. 섀비의 스마트 오븐은 요리 속도가 일반 쿠커보다 훨씬 빠르다. 저온으로 조리하기 때문에 음식을 준비하는데 걸리는 전력이 최대 90%까지 줄고, 지방을 굽지 않고도 음식을 준비할 수 있다. 섀비 마트 쿠커는 CES 2024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으며,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제과제빵 및 요리 세계를 만들 수 있다.
지속가능성과 인류 발전에 주목하는 CTA
CTA 미디어 투어에서 만난 스타트업의 공통점은 지속가능성과 인류가 당면한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제품들이라는 것이다. 특히나 라이트 하우스 테크 등의 제품은 지금 기술로도 즉시 시각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이었고, 헬리오워터 역시 자금만 투입하면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놀라운 제품이다. 이처럼 CES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제품이 주목을 받으며, 이것들이 상용화하고 일상화될수록 세상은 점점 더 바뀌어있을 것이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