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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격범 “이재명, 재판 연기로 처벌 안받아 불만”

입력 | 2024-01-10 15:55: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살해하려고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미수)로 구속된 피의자 김모씨가 10일 오전 부산 연제구 연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4.1.10.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습격해 살인미수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김모 씨(67·수감 중)가 “재판 연기로 이 대표가 처벌되지 않는 것에 불만을 느꼈다”고 진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 살인미수범 “범행 성공하면 7곳에 8쪽 문서 전달해달라”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10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김 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 이같이 설명하며 “김 씨가 ‘이 대표의 공천으로 4월 총선에서 특정 세력이 다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게 하려고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이 대표를 살해할 목적으로 이 대표의 일정을 따라다니기 시작했던 지난해 6월 무렵 ‘남기는 글’이라는 제목의 8쪽짜리 문서를 총 8부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씨는 7746자 분량의 문서에 경찰에 진술한 범행 동기와 같은 내용을 썼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가 써놓은 문서 8부 중 7부는 수신자가 적힌 우편봉투에 담겨 밀봉된 상태로 살인미수 방조 혐의로 이날 검찰에 넘겨진 70대 남성 A 씨에게 전달됐다. 1부는 김 씨가 범행 당시 옷 주머니에 갖고 있었다. 김 씨는 “범행이 성공하면 7곳으로 우편을 발송하고, 실패하면 가족 등 2곳에 보내달라”고 A 씨에 요구했다. 경찰은 A 씨가 실제로 2곳에만 우편을 발송했던 사실을 파악하고 수신지에 도착하기 전 우편물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 압수물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조사와 통화내역, 거례계좌, 행적 등을 수사한 결과 현재까지 공범이나 배후세력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김 씨가 정당 홈페이지 등에서 이 대표의 일정을 파악해 흉기를 소지하고 2일 범행 전까지 모두 5차례 따라다닌 사실을 파악했다. 10만 원짜리 흉기를 지난해 4월경 인터넷으로 구입했고 날을 날카롭게 갈았다. 범행 당시에는 접은 종이 안에 흉기를 넣은 뒤 벌어지지 않게 풀을 붙였다. 김 씨는 이 대표에게 ‘사인해달라’고 접근하면서 숨긴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 씨의 흉기가 와이셔츠 옷깃을 관통한 뒤 이 대표의 목을 향했는데 바로 피부에 닿았다면 이 대표가 치명상을 입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서울대병원 의료기록을 근거로 이 대표가 목에 1.4㎝ 자상, 깊이 2㎝ 상처를 입었다고 밝혔다.

● 휴대전화 유심 배수관에 숨겨놓고 범행 나서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범행 전날 고속철도(KTX)를 타고 부산역으로 향할 때 천안아산역에 차량을 주차하고 추적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와 지갑을 두고 내리는 치밀함을 보였다. 또, 김 씨는 휴대전화의 유심과 메모리카드를 빼내 역 주차장 배수관에 숨겼다. 범행현장에는 사무용 휴대전화를 소지했다.

경찰은 9일 신상정보공개위원원회에서 김 씨의 얼굴과 이름 등을 비공개하기로 한 것에 대해 “참석 위원 다수가 범행의 중대성과 공공의 이익이라는 신상정보 공개의 요건에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의 당적도 정당법에 따라 비공개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송치 후에도 검찰과 협력해 의혹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씨는 2일 오전 10시 27분경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부지 인근의 대항전망대를 둘러본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며 걸어가던 이 대표를 흉기로 습격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68명으로 구성된 수사본부를 꾸려 9일간 수사를 진행했던 부산경찰청은 10일 오전 10시경 연제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됐던 김 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이날 김 씨는 부산지검으로 호송되던 중 취재진에게 “걱정 끼쳐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