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중국의 위성 발사에 대응해 대만 국방부가 발령한 중국어 및 영어 방공경보 안내문. 영어 경보에는 위성을 ‘미사일’이라고 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타이베이=AP 뉴시스
대만 국방부는 이날 중국의 위성 발사 직후 국가급 방공경보를 발령했다. 휴대전화 문자로 중국어와 영어로 된 경보문도 발송했다. 당시 중국은 오후 3시 4분경 쓰촨성에서 ‘아인슈타인’이란 천문 관측위성을 발사해 대만을 위협했다. 대만은 11분 후 경보를 발령했다.
당국은 중국어 경보문에서 “중국 위성이 남부 상공을 통과했으니 안전에 주의하라. 불명확한 물체를 발견하면 즉시 경찰과 소방에 신고하라”고 했다. 하지만 영어로는 “대만 영공을 비행하는 미사일을 주의하라”고 했다. ‘미사일’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자 일부 시민들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 당국이 국가급 방공경보를 발령한 것 또한 이례적이다.
친중 진영은 민진당의 샤오메이친(蕭美琴) 부총통이 미국인 어머니를 뒀으며 미국에 오래 살았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영어에 능통한 부총통 후보를 보유한 민진당과 당국이 ‘위성’과 ‘미사일’ 같은 쉬운 영어 단어를 구분하지 못했을 리 없다며 “경보 발령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국방부는 영문 경보에 ‘미사일’을 포함한 것은 오류라고 사과했다. 다만 경보 발령이 과잉 대응은 아니라며 “해당 위성의 궤도가 과거와 다른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는 얘기다.
미국과 중국은 8, 9일 양일간 미 워싱턴에서 국방정책 조정회담을 가졌다. 중국은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양국 군사 소통을 전면 중단했다.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소통 재개에 합의했고 이번에 실무진 회동까지 이뤄졌다.
군사 소통을 재개했지만 두 나라는 대만을 둘러싼 팽팽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9일 대만 관련 질문을 받고 “(중국이) 대만의 민주주의를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차기 중국 외교부장으로 꼽히는 류젠차오(劉建超) 대외연락부장은 같은 날 워싱턴에서 열린 포럼에서 “대만은 중국의 핵심 이익이며 넘으면 안 되는 ‘레드라인’”이라고 받아쳤다.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겸 외교부장 또한 “대만 통일을 추진하려는 결심은 ‘큰 바위(磐石)’처럼 단단하다”고 가세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