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대표적 금융도시인 프랑크푸르트 중심부 전경. 동아일보 DB
지난해 유로화 가치는 전년에 비해 1유로당 1달러 이상으로 회복하며 안정을 찾는 분위기였다. 올해는 더 반등할 수 있을까.
●굴욕의 과거 겪은 유로화
1999년 탄생한 유로화에게 그런 2022년은 굴욕의 해였다. 그해 7월 유로화가 거의 20년 만에 처음으로 ‘1유로=1달러’란 패러티(Parity·등가)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초반엔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10% 넘게 하락했다. 유로화의 패러티 붕괴는 유럽 시장엔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유로화는 세계 통화준비금 중 미 달러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쓰이는 통화다. 유로-달러 일일 거래액은 하루 평균 6조6000억 달러(약 8700조 원)에 이르는데, 세계 통화 가운데 가장 많은 거래 규모다.
탄탄하던 유로화가 무너진 건, 그해 유럽 전역에서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위기가 고조하자 독일, 영국 등 유럽 경제대국 기업들이 조업에 차질을 빚고 물가가 치솟았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며 달러화의 매력이 높아졌다. 세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인 달러화를 찾으며 상대적으로 다른 통화들이 약세를 보이게 됐다.
●유로화 강세 전망 많아
굴욕의 과거를 보낸 유로화가 올해엔 체면을 되찾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네덜란드계 ING그룹은 미 연준의 금리 인하로 미국 경제가 둔화되며 상대적으로 유로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봤다. 달러화 대비 유로화의 가치는 1.15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유럽 지역 성장 약화로 유럽중앙은행(ECB)이 연준과 함께 금리를 내리면 유로화 가치 상승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캐나다왕립은행(RBC)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ECB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유지한 동안 저평가된 유로화를 피해 해외 자산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이제 유럽으로 돌아올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 투자은행 시티그룹은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향후 6~12개월간 1.02달러 수준에서 머물 것으로 봤다. 유럽은 소비 둔화와 재정 부양책 감소로 경기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선거, 긴축재정, 금리 등 변수 산재
유로뉴스에 따르면 올해 유로화의 향방을 결정지을 변수는 유럽 곳곳에서 열릴 선거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벤트는 6월 6~9일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다. 유럽의회 의원 705명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유럽연합(EU)의 경제 정책이 뒤바뀔 수 있다. 유로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정책도 나올 수 있다. 여기에 오스트리아와 벨기에, 크로아티아, 리투아니아, 포르투갈, 슬로바키아가 각각 의회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또 다른 변수는 유럽 국가들의 재정 긴축 흐름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재정 적자 해소를 위해 에너지 지원 규모를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의 경제대국 독일은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예산 600억 유로(약 86조 원)가 펑크나며 기존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