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를 영화로 읊다]<73>병에 대처하는 자세
영화 ‘위트’에서 비비언 교수(에마 톰프슨)는 존 던의 시처럼 위트로 병의 고통을 이겨내고자 한다. HBO필름 제공
병이 육신을 괴롭힐 때 우리는 나에게 왜 이런 병이 찾아왔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마이크 니컬스 감독의 ‘위트’(2001년)에서 에마 톰프슨이 연기한 주인공은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위트를 잃지 않는다. 고려시대 이규보(李奎報·1168∼1241)도 병에 대처하는 자세를 다음과 같이 재치 있게 표현한 바 있다.
비비언은 던이 죽음을 읊은 “죽음아 뽐내지 마라, (중략) 짧은 한잠 자고 나면, 우리는 영원히 깨어나리./그리고 죽음은 더 이상 없으리, 죽음아, 너는 죽으리라”란 시구(‘거룩한 소네트’ 제10장)를 되새기며 죽음을 맞이한다. 시인은 자신에게 찾아온 이 ‘특별한 고통’(非常痛)을 도리어 축하할 만하다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게 옛 시인의 말과 영화 속 위트가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