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작년보다 국채 발행 30% 늘려 英, 조기총선 겨냥 감세 드라이브 국채발행 늘면 금리-인플레 부채질 “세계경제 회복 지연 시킬 가능성”
전 세계 76개국에서 대선과 총선이 실시되는 ‘슈퍼 선거의 해’를 맞아 미국 영국 등 주요국이 과도한 선심성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주요국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재원 마련을 위해 국채를 찍어내면 정부의 이자 비용이 증가해 해당 나라의 경제 성장은 물론이고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선거를 통해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책을 표방하는 정당이 집권하는 나라에서는 정부 부채 증가에 따른 위험이 더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전 세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2021년을 제외하면 역대 최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에서 올라프 숄츠 정권은 녹색 정책 등에 많은 예산을 쓰는 바람에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가 이에 대한 위헌 결정까지 내렸다. 이로 인해 일부 관련 예산이 취소되고 각종 세금이 오르는 등 후폭풍이 상당하다.
● 각국 국채 발행 경쟁… ‘빚잔치’ 우려
9일 FT는 국제금융협회(IIF) 통계를 인용해 올해 세계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2021년을 제외하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영국 또한 올해 2020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국채를 발행할 것으로 보인다. 재무장관 출신으로 감세에 신중했던 리시 수낵 영국 총리마저 최근 “감세로 (유권자의) 고된 노동을 보상하겠다”며 ‘감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7∼12월) 실시될 조기 총선을 앞두고 감세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국채 순발행량 또한 한 해 전보다 18% 증가한 6400억 유로(약 923조 원)로 예싱된다. 이에 전 세계 상위 10개 경제대국의 올 국채 발행량 또한 1조2000억 유로(약 1732조 원)로 추산된다고 FT는 전했다.
● “정부부채 급증 시 물가 부채질”
시장에선 주요국의 이 같은 행보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등으로 이미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세계 경제의 회복을 지연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국채 발행량이 늘어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금리가 오른다. 정부, 기업, 개인 등 각 경제 주체의 이자 부담이 늘어 상당한 악영향이 예상된다. 미 자산운용사 야누스헨더슨의 글로벌 채권 책임자 짐 지엘린스키는 각국의 채권 발행 증가를 두고 “향후 6∼12개월 사이 국제 금융시장의 심각한 우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독일에서는 정부 부채 증가로 인한 고물가 현상이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지 경제매체 ‘한델스블라트’는 숄츠 정권이 초유의 예산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5월부터 항공 교통세를 인상하기로 함에 따라 항공권 가격 또한 오를 것이라고 9일 보도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