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0만명… 일자리 증가 주도 숙박-음식업 여성 취업자도 늘어 남성 많은 제조업 일자리는 감소 60세 이상 취업자 600만명 첫 돌파
5년 전 ‘황혼 육아’를 졸업한 이모 씨(69)는 지난해부터 어린이집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자식들에게 받는 용돈과 노령연금만으로는 살림이 빠듯해서다. 그는 현재 하루 3시간씩 아이들을 돌보고 장난감을 정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씨는 “아이나 어르신을 돌보는 일은 찾는 사람이 많아 이 나이에도 일을 할 수 있다”며 “생활비에 보탬도 되고 적적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활기가 돈다”고 했다.
지난해 늘어난 일자리 10개 중 9개 이상이 여성 몫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고용이 많은 돌봄 일자리가 급증한 결과로, 이 씨 같은 60세 이상 여성의 취업 열풍이 거셌다. 반면 제조업 일자리가 3년 만에 최대폭으로 쪼그라드는 등 남성 일자리는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 고용시장에 부는 여풍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는 2841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32만7000명(1.2%) 늘었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2.6%로 196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고령 여성이 고용 훈풍을 이끌었다. 지난해 여성 취업자는 전년보다 30만3000명(2.5%) 불어난 1246만4000명이었다. 늘어난 일자리 10개 중 9개 이상(92.6%)을 여성이 차지한 셈이다.여성 근로자 수요가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4만3000명 늘며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고령화로 돌봄 수요가 늘어난 때문이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에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도 11만4000명 불었다.
전통적으로 남성이 많이 종사하는 제조업 일자리는 1년 전보다 4만3000명 줄었다. 2020년(―5만3000명)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내수가 둔화되고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도소매업 취업자도 3만7000명 쪼그라들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경기 영향을 많이 받거나 둔화하고 있는 산업군에는 남성이 많이 포진해 있는 반면에 보건복지업 등 성장하는 산업에선 여성이 몰리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남성 고용률은 71.3%로 여전히 여성 고용률(54.1%)을 크게 웃돌았다.
● 일하는 고령층 600만 명 돌파
고령층을 중심으로 취업자가 늘면서 지난해 60세 이상 취업자(622만3000명)는 처음으로 600만 명을 넘어섰다. 1년 전보다 36만6000명 뛴 것으로, 전체 증가 폭을 웃도는 규모다. 그러나 20대 취업자는 전년보다 8만2000명 줄었다. 20대 초반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줄며 청년층(15∼29세) 고용률(46.5%)은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하락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