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심위 회의실에서 열린 제2024년 제1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기회의에서 회의에 참석해 목을 축이고 있다. 2024.1.8 뉴스1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가 위원장의 ‘청부민원’ 논란으로 올 들어 두 차례 모두 파행한 데 이어 9일 방송소위원회도 욕설 파문으로 개회 10분 만에 정회되는 일이 벌어졌다. 방심위 위원은 국회가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되는데 야당 추천위원이 여당 추천을 받은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을 문제 삼으며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하고 퇴장한 것이다. 품격 있는 방송언어를 장려한다며 방송언어특위까지 운영하는 조직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날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야당 추천위원이 류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회의 진행을 막았고, 또 다른 야당 추천위원은 “너도 위원장이냐 ××”라고 말하면서 회의자료를 집어 던지고 나가 버렸다. 이 위원은 나중에 “막말을 한 데 대해 사과한다”고 했지만 회의는 안건을 다루지 못하고 끝났다. 방심위는 평소 방송 내용 중 사소한 비속어까지 잡아내며 재허가 심사에 불이익이 되는 제재 결정을 내려 왔다. 그런 위원회가 방송사 관계자와 취재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막말 활극을 벌였으니 이런 방심위는 누가 심의해야 하나.
방심위 파행은 지난해 12월 류 위원장이 지인을 시켜 뉴스타파 등의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보도 심의를 요청하는 민원을 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60여 명이 신청한 민원 160여 건 중 40여 명의 100여 건이 위원장과 사적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방심위가 지난해 11월 해당 방송사들에 과징금을 부과한 결정이 이 민원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야당은 류 위원장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류 위원장은 민원인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며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이런 의혹들이 제기되는 것 자체가 초유의 일로 방송 내용을 심의하는 기관의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