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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서울중앙지법, 전국 첫 ‘장애인 전문재판부’ 내달 설치

입력 | 2024-01-11 03:00:00

형사재판때 수어 통역 등 제공
성과 높으면 전국법원으로 확대
장애인 사법지원관 직무도 신설




서울중앙지법이 전국 법원 중 최초로 장애인 전문 재판부와 장애인 사법지원관 직무를 신설해 장애인의 사법 절차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재판과 관련이 있거나 재판에 참여하는 장애인들이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른 보조 수단 등을 충분히 제공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는 지적을 고려한 조치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다음 달 법원 정기인사를 앞두고 형사재판부에 장애인 전문 재판부를 신설하기로 했다. 장애인 전문 재판부는 형사 사건 피고인이나 피해자 등 사건 관계인이 장애인인 사건을 주로 담당하게 된다. 기존 형사재판부에도 성범죄, 외국인, 부패 사건 등에 한해 전문 재판부를 운영해 왔지만 장애인만 전문으로 하는 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은 서울중앙지법이 처음이다.

장애인 전문 재판부는 장애인인 사건 관계인에게 점자 문서와 수어 통역 등을 제공해 재판 절차에 수월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우선 서울중앙지법 관할 사건만 시범적으로 운영할 예정인데, 운영 성과가 긍정적일 경우 전국 법원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 재판부는 각 법원이 자율적으로 설치할 수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달 초 직원 정기인사에서 전국 법원 최초로 ‘장애인 사법지원관’ 직무를 신설하고 법원 직원 2명을 배치하기도 했다. 이들은 종합민원실과 형사접수실 등 민원인이 많이 방문하는 부서에 배치돼 장애인들의 사법 절차를 현장에서 돕고 있다. 장애인이 재판 과정에서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보청기와 독서확대기, 휠체어 등을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재판 과정에서 장애인에게 수어 통역 등이 제공될 수 있도록 재판부에 적극적으로 조언하는 것 역시 이들의 역할이다.

서울중앙지법이 장애인 사법 지원에 이렇게 적극 나선 이유는 장애인구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면서 재판을 받거나 법원을 찾는 장애인이 늘고 있어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등록장애인 수는 2022년 기준 약 265만 명으로 국내 인구의 5.2% 수준이다. 인구 100명 중 5명이 장애인인 셈이지만 그동안 법원엔 장애인을 전담하는 재판부가 전무했다.

특히 시각장애인인 김동현 판사(42·변호사시험 4회)가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에 배치되면서 장애인에 대한 사법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는 인식이 법원 내부에서 공감을 얻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헌법 27조가 규정한 ‘재판받을 권리’에 따라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사법 절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법원이 지원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