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앤파커스 ‘벌거벗은 정신력’ 표지 ‘도둑맞은 집중력’ 디자인과 비슷해 “사후재발 방지” 책 표지 바꾸기로
어크로스의 ‘도둑맞은 집중력’(왼쪽). 쌤앤파커스의 ‘벌거벗은 정신력’.
어크로스의 ‘도둑맞은 집중력’(왼쪽). 쌤앤파커스의 ‘벌거벗은 정신력’.
쌤앤파커스는 5일 자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2018년 국내에 출간된 ‘물어봐줘서 고마워요’를 ‘벌거벗은 정신력’으로 이달 말 개정 출간한다는 글과 함께 개정판 표지를 올렸다. 개정판 초록색 표지 맨 위엔 큰 글씨로 책 제목, 그 아래엔 ‘LOST CONNECTIONS’란 원제가 쓰여 있다. 맨 아래엔 검은색 띠지를 두르고 책에 대한 홍보 문구를 넣었다. ‘벌거벗은 정신력’은 영국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가 우울증 환자를 인터뷰해 단절에 대해 고찰한 책이다.
하지만 곧 SNS를 중심으로 개정판 표지가 집중력을 잃어버린 시대를 저격한 ‘도둑맞은 집중력’의 표지를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중소 출판사 어크로스가 출간한 ‘도둑맞은 집중력’의 주황색 표지엔 맨 위에 큰 글씨로 책 제목, 그 아래엔 ‘STOLEN FOCUS’란 원제가 쓰여 있다. 맨 아래엔 검은색 띠지를 두르고 책에 대한 홍보문구를 넣었다. 서체, 부제의 위치, 띠지 스타일 등 디자인 대부분이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공교롭게도 두 책의 저자가 같은 데다 책 표지 디자인마저 유사하다 보니 마치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시리즈처럼 보인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논란이 커지자 쌤앤파커스는 표지를 바꾸기로 했다. 쌤앤파커스 관계자는 “독자에게 같은 저자의 작품이라는 점을 전달하려는 의도였지만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인지했다”며 “사후 재발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최근 출판계에선 표지, 제목을 따라 하는 ‘카피캣’이 연달아 벌어지고 있다. 2021년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나무옆의자)이 인기를 끌자 밤에 불이 켜진 건물이 그려진 표지를 내세운 소설책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2020년 에세이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갤리온)가 베스트셀러가 된 뒤 비슷한 제목의 책이 줄지어 출간됐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출판사들이 표지, 제목, 디자인에 투자해 차별화된 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