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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 워크아웃 실사에 3개월… 채권단 “그 기간엔 지원 어려워”

입력 | 2024-01-11 03:00:00

오늘 채권단 회의… “워크아웃 가능”
‘상세 이행계획 없다’ 일부 지적에… SBS지분 36% 담보 등 구체적 공개
실사중 부족자금 스스로 마련해야… 추가 우발채무 여부도 또다른 난관



태영그룹의 ‘막판‘ 설득 작업이 주요 채권단의 마음을 돌리며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에 청신호가 켜졌다. 다만 태영건설 정상화까지는 여전히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사진은 10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로비.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개시까지 ‘라스트 마일’만 남았다. 워크아웃 결정을 하루 앞두고 추가 자구계획 이행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태영그룹의 ‘막판’ 설득 작업이 주요 채권단의 마음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돌입하더라도 정상화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태영건설 주 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10일 오전 주요 채권자 회의를 개최해 태영건설 워크아웃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및 IBK기업은행은 물론이고 제2금융권과 여신금융협회 등도 참석했다.

태영그룹 측은 이날 회의에서 워크아웃 추진 방안과 자구계획 상세 내용 등을 설명했다. 전날 발표한 추가 자구안을 향해 일부 채권자들이 “상세 이행 계획이 없다”며 불신하는 모습을 보인 만큼 TY홀딩스와 SBS 지분의 담보 제공 계획 등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산은에 따르면 TY홀딩스는 SBS미디어넷(95.3%)과 DMC미디어(54.1%)의 지분을 담보로 760억 원이 넘는 규모의 대출을 받는다.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태영건설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 오너 일가가 보유한 TY홀딩스 지분 25.9%와 지주사(TY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 36.3%(윤재연 블루원 대표에게 제공한 6.3% 제외)를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해 신규 자금을 지원받기로 했다.

워크아웃 개시(채권단 75% 이상 동의)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 관계자는 “채권단은 워크아웃 개시와 이후 실사 및 기업개선계획 수립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워크아웃 개시 자체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워크아웃 돌입으로 태영건설이 위기를 벗어난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당장 채권단 주도의 정밀실사가 최소 3개월가량 진행되는데 그사이 발생하는 부족자금은 태영그룹 및 태영건설이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태영그룹이 밝힌 태영건설 부족자금은 약 1조3000억 원 규모다. 시장에선 태영그룹이 4가지 자구안을 통해 약 1조4000억∼1조5000억 원을 마련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자구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에코비트의 경우 매각가만 2조∼3조 원 규모로 매각 절차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 골프장인 블루원 역시 경기 둔화로 골프장 이용객이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3000억 원 규모의 매각대금을 시장에서 소화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칫 채권단 실사 과정에서 추가적인 우발채무가 발생하면 채권단과 별도 협의를 거쳐 자금지원을 받아야 한다. 채권단은 실사 전 자금 지원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실사는 말 그대로 회사의 정상화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는 실무적 절차인데 이게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채권단 동의를 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태영그룹은 TY홀딩스와 SBS 지분을 담보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TY홀딩스 지분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800억 원 안팎에 불과하고 SBS 지분 역시 이사회 의결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한편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는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 확산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올 1분기(1∼3월) 중에 건설 분야 하도급 대금 지급보증 긴급점검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건설 위탁을 하는 사업자는 하도급법에 따라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수급사업자에게 법령이 정하는 공사대금 지급을 보증해야 하는데 이 규정이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미보증 현장에 대해서는 시정조치에도 나선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