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된 美증권위 ‘X’ 계정에 “승인” 값 오르다 ‘허위’ 판명 뒤 7% 급락 실제 승인땐 투자 수조원 몰릴 듯
“드디어 됐다.”
9일(현지 시간) 오후 4시 11분. 가상화폐 업계는 일제히 기쁨의 환호성을 터뜨렸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식 X(옛 트위터) 계정에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이 승인됐다”고 떴기 때문이다. 이미 승인된 선물에 이어 현물 ETF도 상장되면 새로운 투자금 수조 원이 몰릴 것으로 기대된다. 비트코인 가격도 4만7000달러 선에서 4만8000달러 선으로 순식간에 급등했다.
하지만 이는 15분 만에 허위 게시물로 판명 났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오후 4시 26분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승인은 사실이 아니며 계정이 해킹당했다”고 밝혔다. 이에 비트코인 가격도 고점 대비 7% 가까이 떨어진 4만5000달러 선까지 급락했다.
이번 사태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대한 시장의 과열된 관심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승인 신청을 거부당한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이 제기한 소송에서 미 재판부가 SEC의 결정을 재검토하라는 판결을 내린 뒤 시장은 현물 ETF 승인이 시간문제라며 낙관해 왔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지금까지 70% 이상 급등했다.
이번 SEC 계정 해킹 사태가 향후 승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현재 11건의 비트코인 현물 ETF가 SEC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SEC는 10일까지 아크 인베스트먼트 상품의 승인 여부를 밝혀야 한다. 시장은 11개 모두가 승인될 가능성을 기대해 왔지만 해킹 사태로 SEC가 결정을 미루거나 다른 근거를 들어 거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