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격자’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 대사의 출마 자격에 관한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 헤일리 전 대사가 인도계 이민 2세라는 점을 부각해 반(反)이민 성향이 강한 지지층을 규합하고 경쟁자의 지지율 또한 깎아내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9일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우익 웹사이트 ‘게이트웨이 펀딧’에 올라온 허위 게시물을 공유했다. 이 게시물은 헤일리 전 대사가 1972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뱀버그에서 태어났을 때 인도계인 그의 부모가 미 시민권자가 아니었므로 헤일리 전 대사 또한 대선 출마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부모가 딸의 출생 후 미 시민권을 취득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헤일리 전 대사의 출마 자격이 없다는 것은 분명한 허위 정보다. 미 헌법은 시민권을 보유했고, 35세 이상이며, 14년 이상 미국에 거주했으면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미국의 속지주의(屬地主義) 원칙에 따라 부모의 국적에 관계없이 미국 땅에서 태어난 모든 아이는 미 시민권을 갖는다. 당연히 헤일리 전 대사 또한 날 때부터 미 시민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에도 경쟁자의 출생지를 종종 문제 삼았다.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 때는 테드 크루즈 텍사스 상원의원에게 비슷한 공격을 가했다. 크루즈 의원의 출생지는 캐나다지만 부모 모두 미 시민권자여서 크루즈 의원 또한 날 때부터 미 시민이었다. 대선 출마 자격에도 결격 사유가 없었다.
공화당의 또 다른 경선 주자였으며 ‘반(反)트럼프’ 성향이 강한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9일 사퇴했다. 크리스티 전 주지사의 지지표가 헤일리 전 대사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