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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시밀러 넘어 신약 기업 도약”… 통합 셀트리온, 美서 성장비전 제시

입력 | 2024-01-11 16:18:00

2024 JP모건 헬스케어컨퍼런스 참가
오너 2세 장남 ‘서진석 대표’ 글로벌 무대 데뷔
항체 바이오시밀러 기업→신약 개발 빅파마 도약
“2030년 현재보다 매출 5배 이상 성장 기대”
업계 “실적 극대화로 통합 정당성 확보”




서진석 셀트리온 경영사업부 총괄 대표가 2024 JP모건 헬스케어컨퍼런스 메인트랙 발표에서 기업 미래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셀트리온이 JP모건 헬스케어컨퍼런스에서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신약 개발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미래 방향성을 제시했다. 최근 1차 합병을 원활하게 마무리한 통합 셀트리온은 본격적으로 사업 확대와 수익성 개선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2차 합병 추진을 앞두고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이 합병의 긍정적인 효과를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실적 극대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셀트리온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4 JP모건 헬스케어컨퍼런스’에 참가해 혁신 신약 개발 기업 도약을 골자로 하는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JP모건 헬스케어컨퍼런스는 전 세계 주요 제약·바이오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여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 성과와 비전 등을 공유하는 행사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매년 열리는 가장 큰 이벤트로 여긴다. 42회를 맞은 올해는 600여개 업체와 업계 관계자 및 투자자 80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은 행사 사흘째인 10일(현지시간) 메인트랙(Main Track)에서 ‘시장 개척자에서 혁신가로(From Pioneer to Innovator)’를 주제로 기존 사업 성과와 성장전략을 공개했다. 발표는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경영사업부 총괄 대표이사가 맡았다. 오너가 2세가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제약·바이오 이벤트 중 하나인 JP모건 헬스케어컨퍼런스에서 글로벌 무대에 오른 것으로 업계에서는 적지 않은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특히 서정진 회장이 은퇴했다가 일시적으로 경영에 복귀한 만큼 오너 2세 경영을 본격적으로 준비 중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서진석 대표는 통합 셀트리온 출범 후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 경영사업부를 총괄하면서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상황이다.

서진석 대표는 이날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기업에서 탈피하고 혁신 신약과 디지털헬스케어 분야 진출을 통해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한다는 그룹 비전을 소개했다. 서정진 회장은 질의응답에 참여해 장남 서 대표를 지원 사격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구체적으로 서 대표는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허가 획득부터 직접 판매망 구축까지 그동안 셀트리온의 사업 성과를 조명하고 향후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대한 전망을 공유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경우 높은 투자 규모로 인해 바이오벤처 성장이 제한되고 글로벌 빅파마가 사업을 철수하면서 소수 기업만 남는 과점(oligopoly)이 이미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셀트리온은 더욱 적극적으로 파이프라인을 확충해 시장 선두 위치를 굳히겠다고 표명했다.

셀트리온은 현재 출시한 램시마와 유플라이마 등 6개 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해 내년까지 11개 제품 라인업을 확보하고 2030년까지 총 22개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일환으로 다양한 품목의 생산 효율을 극대화해 글로벌 경쟁력과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제품의 경우 신약부문에서 올해 미국 출시가 유력한 ‘짐펜트라’를 대표적인 성과로 꼽았다. 이후에는 항체약물접합체(ADC)와 면역체크포인트(Immune Checkpoint), 다중항체 등 여러 질환과 치료적접근법(모달리티)을 고려한 혁신 신약을 개발하고 인곤지능(AI)과 머신러닝(ML)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셀트리온이 보유한 방대한 임상 및 유전체 데이터는 독자적인 데이터뱅크 구축에 활용해 디지털헬스케어 분야 진출을 꾀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산업이 융합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서진석 대표는 “오는 2030년 확보할 22개 바이오시밀러 라인업에 신약 매출이 더해지면 현재 매출 대비 최소 5배가량 성장을 이루겠다”며 “향후 헬스케어인텔리전스뱅크(데이터뱅크)가 단순한 의약품 판매 이상의 가치를 환자와 의료진들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면 셀트리온의 현재 기업 가치는 지금이 가장 낮은 시점일 것”이라고 전했다. 가치를 증명해 약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취지다.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은 그동안 쌓아온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올해 신약 짐펜트라를 비롯해 다양한 영역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보여줄 것”이라며 “인류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고 의미 있는 유산을 남기는 기업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