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K 서울에서 개인전을 여는 유이치 히라코 작가. 사진: 스페이스K 제공
자연을 보는 여러 가지 시선의 의미
아시아 젊은 컬렉터가 주목하는 일본 출신 작가 유이치 히라코(42)의 작품을 2월 4일까지 서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 공간 ‘스페이스K 서울’(서울 강서구)에서 열리는 개인전 ‘여행’을 통해서인데요. 작가의 회화 조각 설치 등 작품 30여 점이 소개됩니다.2013년 일본 신진 예술가를 위한 VOCA(Vision of Contemporary Art)상을 받고, 같은 해 도쿄도미술관 단체전을 비롯한 아시아 미술관 그룹전에 참가한 히라코는 2022년 도쿄 네리마 구립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해외 미술관 개인전은 이번 스페이스K 서울이 처음입니다.
Green Master 84, 2023, acrylic on canvas, 259 x 194 cm. 스페이스K 제공
특히 주로 자연을 주제로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 작가는 이 계기를 영국에서 유학하던 시절의 일화로 설명합니다.
“자연이 풍부한 오카야마에서 태어나 자랐다가 대학시절 런던으로 이사해 도시 생활을 4~5년간 경험했습니다. 제가 나고 자란 장소와 많은 차이를 느끼고 있을 때였죠. 그때 리젠트 파크에 함께 간 친구가 ‘역시 자연이 좋아’라고 하는데 그게 너무 마음에 걸렸어요. (작가의 눈에 리젠트 파크는 도심 속 공원이지, 자연으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생각한 자연과 친구가 생각한 자연이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죠. 또 저와 친구뿐 아니라 사람들마다 자연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자연은 항상 존재했지만 그것과 인간의 관계는 어떻게 변해왔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15년 간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Wooden Wood 49, 2023, acrylic on wood, 345 x 830 x 250 cm. 스페이스K 제공
The Journey (Traveling Plants), 2023, acrylic on canvas, 333.3 x 994 cm. 스페이스K 제공
작가는 “찌르레기는 인간과 공존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놓여 있는 곳에서 살아가는 것일 뿐”이라며 “인간 사회에서도 자연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중간적 존재로서 그려 넣었다”고 설명했습니다.
Lost in Thought 111, 2023, acrylic on canvas, 130 x 160 cm. 스페이스K 제공
“미술관이 일반인의 입장에서 일상적으로 갈 수 있는 장소가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미술을 접하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작가로서 더 많은 분들이 미술을 접하고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핀볼 머신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전시 정보
유이치 히라코 개인전, ‘여행’
스페이스K 서울
2024년 2월 4일까지
윤형근의 색면 추상을 볼 수 있는 전시
윤형근(1928~2007) 작가는 직물이나 한지에 먹색을 번지게 한 무채색의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그가 1969년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한국 대표 작가로 참가했을 때는 강한 색채가 눈에 띄는 색면 추상화를 출품했었는데요.이 작품은 작가가 옆에 서 있는 사진으로만 남아있었는데, 2021년 유족이 작업실을 정리하며 이 그림을 발견했습니다. 지금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이 된 ‘69-E8’(1969)을 과천관 전시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에서 볼 수 있습니다.
윤형근, 〈69-E8〉, 1969, 면천에 유채, 165×145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한국에서 기하학적 추상은 1920~30년대에 등장해 1960~70년대에는 전방위적으로 확산됐습니다. 김환기, 유영국, 류경채, 이준 등 1세대 추상미술가와 이기원 전성우 하인두 등 2세대 추상미술가들의 기하학적 추상화를 한 자리에 모았습니다.
특히 기하학적 추상미술이 건축이나 디자인 등 연관 분야와 접점을 형성했다는 점을 이 전시는 주목합니다. 이를테면 1930년대 단성사와 조선극장에서 제작한 영화 주보, 시사 종합지의 표지나 시인 이상이 디자인한 잡지 ‘중성’(1929)의 표지를 함께 볼 수 있는데요
『단성주보』 제300호 표지, 단성사, 1929년 2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소장 및 제공.
1960년대에는 청년 미술로서 등장한 기하학적 추상 작품들을 조명합니다. 이승조 작가가 1970년 ‘제4회 오리진’전에 출품했던 작품이 50여 년 만에 다시 공개되고, 1969년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에 착륙하는 장면이 생중계된 역사적 사건과 미술과의 관련성도 돌아봅니다.
이승조, 〈핵 G-999〉, 1970, 캔버스에 유채, 192×111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전시 정보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2 전시실 및 중앙홀
2024년 5월 19일까지
※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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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