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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청년 정신검진 이상땐 첫 진료비 면제 검토

입력 | 2024-01-12 03:00:00

2년마다 우울증-조현병 검진 지원
암처럼 초기 치료해야 완치율 높아
“대기 없는 특별 클리닉 도입 필요”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초반 여성 A 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립·은둔 청년’에 속했다. 이직 시도가 번번이 무산되면서 2022년 초부터 실의에 빠져 수 개월 동안 집에 누워만 있었다. 그러다 용기를 내 서울시 청년마음건강센터를 찾았는데 정신건강검사 결과 우울증은 물론 초기 환각 증세까지 보이는 ‘고위험군’이란 결과가 나왔다. A 씨는 센터의 안내로 2022년 7월부터 6개월 동안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았고 검사 결과 정상으로 분류된 후 다시 취업에 성공했다.

1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A 씨처럼 정신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나타난 청년을 대상으로 첫 진료비를 전액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달 발표한 ‘정신건강정책 혁신 방안’에서 국가가 20∼34세 청년에게 2년에 한 번씩 우울증과 조울증·조현병 검진을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여기서 이상이 발견된 경우 지원 대상이 된다.



● 정신과 첫 진료비 전액 지원


정부는 기존에도 청년 대상 정신건강검진을 진행했지만 주기가 10년이라 너무 길고 검진 항목도 ‘우울증 검사(PHQ-9)’뿐이었다. 이를 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악화된 청년들의 마음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2025년부터 검진 주기를 2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또 조울증과 조현병 증세가 있는지 확인하는 ‘조울증·조현병 검사(CAPE-15)’도 검진 항목에 추가하기로 하고 세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 복지부는 국가 검사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이들이 진료를 받아야 정책이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고위험군에게 ‘첫 진료비’를 건강보험으로 전액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첫 진료 비용은 상담 시간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3만∼5만 원가량이다.

정부는 이미 국민건강검진에서 고혈압이나 당뇨 의심 소견이 나올 경우 첫 진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만성 질환을 조기에 바로잡지 않으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국가건강검진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고혈압, 당뇨뿐 아니라 정신질환 의심 환자도 첫 진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고 했다.



● “정신질환도 초기 대처가 중요”


코로나19 확산 등을 겪으면서 국민들의 마음 건강은 악화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우울증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는 100만 명을 넘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원(동네 병원)에서 사용된 총진료비는 9910억 원으로 10년 전의 3.3배가 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70%나 늘었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도 조기 진료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석정호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암을 조기에 발견해야 치료 경과가 좋은 것처럼 정신질환도 초기에 진료를 받아야 완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복지부는 정신건강검진 결과지에 거주지 인근 정신건강의학과를 안내하는 QR코드를 삽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성완 전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동네 정신건강의학과 의원들은 대기 환자가 몇 주씩 밀려 있을 때가 많다. 정신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을 받은 사람은 대기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특별 클리닉’ 등을 운영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