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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경찰 고위직들 근무지서 잇단 출마… “중립 훼손” 논란

입력 | 2024-01-12 03:00:00

前경남청장, 김해을 출마 선언
前양산서장, 양산갑 나오려 퇴직
일각 “엄격한 법집행 할수 있겠나”



뉴스1


판사와 검사에 이어 경찰 고위직에서도 4월 총선 출마를 위해 사표를 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자신이 수사와 경비 등을 담당했던 근무지에서 출마할 예정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 훼손을 막기 위해 근무지 내 출마를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상률 서울경찰청 생활안전 차장(치안감)은 전날 사직 후 국민의힘 예비후보에 등록했다. 공직선거법상 총선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11일) 직전에 사직한 것이다. 이 전 차장은 2021년 12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경남경찰청장을 지냈다. 이 전 차장은 통화에서 “고향인 김해을에 출마하려 퇴직하자마자 바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고 밝혔다.

총경급에선 한상철 전 양산경찰서장이 양산갑 출마를 위해 10일 퇴직했다.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양산서장을 지낸 한 전 서장은 경찰 신분을 유지한 상태에서 이달 8일 양산시청에서 총선 출마 기자회견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윤소식 전 대전경찰청장은 대전 유성갑에서, 고기철 전 제주경찰청장은 제주 서귀포에서 각각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활동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도 2020년 총선에서 대전 중구에 출마하기 직전에 대전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했다.

일선에선 근무지에서 출마하는 행태가 반복되면 엄정한 법 집행이 어려워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일선의 한 경찰 관계자는 “총선 출마에 관심 있는 서장과 지방청장이 유권자들을 상대로 음주운전 단속이나 계도 단속 등 엄격한 법 집행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초기 지방청장을 일부러 고향이 아닌 곳으로 배치했었는데, 중립성을 위해서는 그때와 같은 조치가 합당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직선거법을 촘촘하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직 사퇴 시한을 선거 90일 전이 아닌 1년 전 수준으로 늘려 이해충돌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웅석 전 형사소송법학회장은 “수사 및 정보를 다루는 경찰 공무원이 자신의 근무 지역에서 총선에 출마하는 것은 일반 공무원의 출마보다 심각한 정치적 중립 훼손 행위”라며 “현직에서의 업무를 정치적 목적에 이용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