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구팀, 국제 학술지에 발표
여성이 엎드려 낮잠을 자는 모습. 사람과 동물은 수면을 통해 지친 뇌를 쉬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과학자들이 사람이나 동물이 잠을 자야 하는 이유와 관련된 ‘직접적인 증거’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깨어 있는 동안 활발히 활동하는 신경세포들은 활동량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수면을 통해 지쳐버린 뇌의 기능을 재설정한다는 것이다. 그간 학계에선 수면이 뇌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에 확인한 수면 전 신경세포의 활동량을 분석하면 생물이 언제 잠에 빠지거나 잠에서 깨어날지까지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랄프 베셀과 키스 헨겐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교수 공동연구팀은 쥐 실험을 통해 수면이 뇌의 계산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을 확인한 연구 결과를 8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먼저 수면이 뇌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어린 쥐의 뇌에서 신경세포의 활동을 추적했다. 그 결과 수면을 마친 쥐의 뇌에서 신경세포들의 활동이 급격히 활성화되는 모습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 같은 수면 전후 신경세포 활동의 변화로 미뤄봤을 때 쥐가 잠을 자며 뇌를 ‘리셋(재설정)’한다고 설명했다. 깨어 있는 동안 축적된 뇌의 피로를 수면을 통해 해소한다는 것이다. 잠은 뇌의 활동량이 임계점에 도달했을 때 뇌가 다시 적절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생체활동이라는 결론이다. 연구를 이끈 헨겐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깨어 있는 시간 동안 뇌의 성능은 서서히 감소하며 우리는 수면을 통해 뇌의 최고 성능을 다시 회복하게 된다는 사실을 직접 증거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특히 신경 눈사태가 일어나기 전후 신경세포의 활동 양상을 살펴보면 언제 잠이 들거나 깨어날지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신경 눈사태의 규모가 일정 수준으로 줄어들었을 때 쥐들은 곧 잠에 빠져들었다.
뇌의 활동과 휴식을 설명한 임계 개념은 1980년대 물리학계에서 처음 제시됐다. 모래 더미를 쌓아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쌓여 있던 모래들에서 크고 작은 무너짐이 산발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현상에서 비롯됐다. 이후 임계는 다양한 분야에서 복잡한 체계가 한계에 다다르는 시점을 표현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헨겐 교수와 함께 연구를 주도한 베셀 교수는 “신경 눈사태는 임계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특히 뇌 신경세포의 신경 눈사태가 처음에는 계단식으로 발생하는 양상은 복잡한 체계에서 임계 현상이 일어날 때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