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골드 마음 사진관’ 작가 윤정은 “마음에 상처 하나씩은 안고 살아가 상처 치유 판타지 소설 쓰고 싶었죠 영화-드라마 작업에도 관심있어”
1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윤정은 작가가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의 한 장면처럼 카메라와 조명 사이에 있다. 윤 작가는 “조명 아래 서 있으니 내가 마치 소설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라일락이 흐드러지게 핀 나무 아래. 예쁜 아치문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 손때 묻은 카메라가 하나 있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이 카메라엔 독특한 기능이 있다. 살면서 행복했던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준다는 것이다. 또 원하는 시점의 미래를 미리 찍어주기도 한다.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한 부부,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 딸,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청년, 일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한 워킹맘…. 운명에 이끌린 듯 사진관을 찾아온 손님들은 카메라 앞에 선다. 과거로 돌아가고,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서다. 사진사는 떨리는 마음을 부여 안은 손님을 향해 외친다. “눈을 감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지금 마음에 떠올려 보세요. 사진 찍습니다. 하나, 둘, 셋!” 손님들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12일 출간된 장편소설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북로망스)의 줄거리 일부다.
1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윤정은 작가(41)는 신간처럼 따뜻하고 해맑았다. 왜 사진으로 사람들을 위로하는 ‘힐링 판타지’를 썼냐고 묻자, 그는 “모두 마음에 상처 하나씩은 안고 살아가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신간은 지난해 3월 출간된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북로망스)의 속편이다. 전작은 국내에서 30만 부 팔리며 2020∼2021년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 1·2권, 2021∼2022년 ‘불편한 편의점’(나무옆의자) 1·2권에 이어 힐링 소설 열풍을 이어갔다. 수상 경력은 2012년 ‘삶의향기 동서문학상’ 소설부문 은상뿐으로, 장편소설을 처음 펴낸 그가 출판계를 요동치게 한 것이다. 그는 “광고대행업, 파티플래너, 마케터로 일하며 10여 년 동안 동아일보 등 여러 신춘문예에 응모했지만 다 떨어졌다”며 “20대 중반부터 에세이 작가로 활동하며 초등학생부터 할머니까지 모두가 쉽게 읽을 수 있게 쓴 글을 독자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전작은 세계적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로부터 판권 선인세로 영국 10만 달러(약 1억3200만 원), 미국 15만 달러(약 1억9700만 원)를 받았다. 이탈리아, 포르투갈, 폴란드, 튀르키예, 일본, 중국 등 15개국 출판사와도 판권 계약을 맺었다. 한강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2021년·문학동네)의 영국 선인세가 7만5000파운드(약 1억2600만 원)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독자가 위로 받기를 원했다. 세탁소라는 공간이 해외 독자에게도 익숙하고, 최근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전작과 신작 모두 사람들을 위로한다는 주제는 같다. 다만 신작은 “우리가 행복한 순간을 사진으로 굳이 남기는 이유는, 행복하지 않은 어떤 날에 꺼내어 볼 희망이자 빛이 필요하기 때문” 같은 섬세한 문장으로 독자를 더 따뜻하게 위로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그는 “‘속편의 저주’를 걱정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라며 “전작보다 신작을 쓸 때 더 행복하게 썼기 때문에 독자들도 이를 느낄 것”이라고 했다.
다음 계획을 물으니 그는 당찬 목소리로 답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