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느낀 행복들/바버라 지트워 지음·신윤경 옮김/200쪽·1만4000원·문학수첩
K팝과 K드라마가 세상을 강타하기 10여 년 전부터 한국의 콘텐츠에 두 눈을 반짝였던 사람이 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등 동시대 한국 문학을 전 세계 출판사들에 소개한 저자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책은 국제 출판 에이전트로 활동 중인 저자가 한국을 여행하는 동안 보고 느낀 감상을 담은 에세이다. 한옥과 고층빌딩이 뒤섞인 서울 종로부터 북한이 내다보이는 비무장지대(DMZ), 해녀들을 조우한 제주까지…. 저자는 “한국 사람들은 자신의 나라를 실제보다 낮게 평가한다. 한국은 한(恨)과 흥(興)과 정(情)이 빚어낸 아름다운 나라”라고 말하며 한국 구석구석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독자라면 생각지 못했을 우리나라의 숨은 행복을 길어 올린다. 부산을 여행하는 동안 대중목욕탕을 찾은 저자는 “서양 사람은 느긋하게 쉬도록 설득하는 게 쉽지 않지만 한국에선 다르다. 대형 스파 시설이 있기 때문”이라며 “찜질방에 가면 편히 쉬면서 몸을 돌보는 이들을 볼 수 있다”고 예찬한다. 국민 스포츠로 꼽히는 등산에 대한 관심도 각별하다. “자연의 정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고 가족이 다함께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활동”이라고 치켜세운다.
다만, 한국의 일부만 보고 전체를 설명하려는 시도는 아쉽다. 저자는 “한국 이력서의 첫 번째 질문은 ‘부모님이 누구신가’로, 직업 관련 경험보다 가족에 대한 정보가 더 중요하다”고 썼다. 각종 출신에 대한 공식적 요구가 사라진 요즘 경향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이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