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자주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중략)
벚꽃이 피었다가 지고
번개가 밤하늘을 찢어 놓던 장마가 지나갔다
새로 이사 간 집 천장에 곰팡이가 새어 나오듯
석 달 만에 작은 혹이 주먹보다 더 커졌다
착한 암이라고 했는데 악성 종양이었다
엄마는 일주일 동안 구토 증상을 겪었지만
나는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다
엄마의 피가 흐르는 내 심장을 만지며 생각한다
엄마는 나 없이 살아갈 수 없는 환자이고
나는 엄마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중환자라는 걸 알았다
―이병일(1981∼)
이병일 시인의 이 시는 ‘처음 가는 마음’이라는 청소년 시집에 실려 있다. 시인은 성인이지만 시집에는 청소년의 시선에서 쓴 작품들이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이 가슴에 확 꽂힌다. 엄마는 진짜 환자, 나는 엄마 없이 못 산다는 의미에서 중환자라고 쓰여 있다. 엄마 없이는 못 살 것 같은 이가 청소년뿐일까. 독립적이지 못하다고 누군가 비난한대도 어쩔 수 없다. 소중한 이를 아끼고 살자. 임영웅 콘서트 티켓을 구하려고 애쓰신 모든 분과 이 시를 함께 읽고 싶다.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