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이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 반군을 공습하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이 미국 유조선을 나포하는 등 중동 사태가 확전 조짐을 보이면서 세계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핵심 교역로인 홍해와 에너지 수송의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이 동시에 긴장에 휩싸이면서 글로벌 물류대란과 공급망 위기, 유가 상승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국제 해상교역의 중요 항로인 홍해를 가로막고 민간 상선을 공격해 온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 반군을 공습했다고 어제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계속된 홍해발 물류 위협을 더 이상 내버려둘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공습에 이란이 강력 반발하고 있고, 후티 반군도 선박 공격 의지를 불태우고 있어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홍해는 수에즈 운하를 통해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30%가 지나는 핵심 운송로다. 이곳이 막히면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수천 km를 우회해야 해 운임 상승과 배송 지연으로 물류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미 한 달새 해상 운임은 두 배로 오른 상태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부품 공급 부족으로 독일 공장 가동을 2주간 중단하기로 하는 등 글로벌 공급망 마비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중동발 불안정이 장기화되면 그나마 최근 수출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정부는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관련 부처·기관 간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필요하면 국제 공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선제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