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이란 후티반군 근거지 16곳 공습… ‘물류동맥’ 홍해 민간선박 공격 차단 이란 비난… 美와 무력충돌 가능성 韓선박 1척 홍해에… 정부 “안전점검” 유가 들썩, 국내 산업계도 피해 우려
美전투기 항모서 출격 미국 중부사령부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계정에 11일(현지 시간) 전투기들이 이륙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지역은 특정하지 않았지만 예멘의 수도 사나 시간 기준으로 11일 오전 2시 30분이다. 마이클 에릭 쿠릴라 미 중부사령부 사령관은 “지난해 10월 17일부터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국제 항로에서 선박 27척을 공격하고 위협했다”며 “그들은 위험한 불법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미 중부사령부 X 캡처
미국과 영국이 11일 오전 2시 30분(현지 시간) 세계 물류의 ‘동맥’인 홍해를 공격해온 친(親)이란 예멘 반군 후티의 군사 시설을 기습 타격했다. 지난해 10월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 이후 미영 연합군이 중동 지역에서 개시한 첫 무력 공습으로, 미국과 이란이 격돌하는 전면전으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과 영국군이 호주, 바레인, 캐나다, 네덜란드의 지원을 받아 예멘 내 다수의 후티 표적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이번 공격에 대해 “필요하고 (후티 공격에) 비례적인 조치”라고 했다.
기습 공격을 받은 후티는 AFP통신에 “이번 공습으로 최소 5명이 숨졌다. 미국 등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이스라엘 관련 선박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이란 역시 “예멘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하마스를 지지하던 러시아도 공습 직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홍해를 유럽 시장의 길목으로 삼고 있는 국내 산업계도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중국 등에서 부품을 수급해 유럽 공장으로 운송하는 가전업계나 완제품을 수출하는 자동차·소재·석유화학업계 모두 영향을 받는다. 홍해와 유럽을 잇는 수에즈운하는 국내 가전업계 전체 해상 운송량의 10%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국제유가도 들썩이고 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2일 한때 전일 종가 대비 약 2.7% 오른 배럴당 73.96달러에 거래됐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다음 달 11일까지 독일 그륀하이데 공장의 자동차 생산을 대부분 중단하기로 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한국인 4명 포함 총 21명이 탑승한 한국 국적의 4만 t급 벌크선 1척이 공습 지역인 예멘 서안을 지나고 있다. 12일 오후 9시 현재 특별한 안전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해수부 관계자는 “종합상황실에서 안전 점검 및 24시간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 美유조선 나포하자… 美, 친이란 예멘반군 ‘토마호크 맹폭’
[美-英, 예멘반군 공습]
반군, 홍해 민간 선박 27차례 위협… 가자전쟁후 이란 지원속 ‘물류 봉쇄’
美, 이란 개입에 직접 군사행동 나서… 반군 “우리도 美-英 기지 공습할 것”
반군, 홍해 민간 선박 27차례 위협… 가자전쟁후 이란 지원속 ‘물류 봉쇄’
美, 이란 개입에 직접 군사행동 나서… 반군 “우리도 美-英 기지 공습할 것”
미국과 영국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인 ‘후티’의 근거지에 11일 새벽(현지 시간) 대대적인 포격을 가하며 중동 전역이 폭풍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그간 미국은 전면적인 전쟁 확대를 우려해 친(親)이란 세력들의 도발에 군사 개입을 망설여 왔지만, 후티 반군의 무력 행사와 홍해 봉쇄가 길어지자 결국 맞불 대응에 나섰다.
● 후티 ‘홍해 봉쇄’로 물류대란 커지며 촉발
미국 등이 공습을 결심한 데에는 최근 미 선박이 후티과 이란에 잇따라 공격을 받거나 나포된 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후티의 공격으로 세계 물류 부담이 급격하게 커지자 미국은 지난해 12월 18일 다국적 안보 구상인 ‘번영 수호자 작전’을 창설해 군사 대응을 경고했다. 실제로 미 해군이 지난해 말 홍해에서 민간 상선을 공격하던 후티 반군 선박 3척을 파괴하기도 했다.
이란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올해 첫날 홍해에 구축함 알보르즈호를 파견했으며, 11일 호르무즈해협에서 미국의 유조선 세인트 니컬러스호를 나포했다. 이란이 세계 ‘물류 대동맥’의 통제권을 과시하자 미국도 가만히 지켜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공습 첫날 미 공군 중부사령관은 예멘 수도 사나를 포함해 후티의 거점 16곳을 타격했다. 여기엔 후티의 지휘통제 시설과 군수품 저장소, 방공 레이더 시스템 등이 포함됐다.
● “미 공격, 1차례로 끝나지 않을 것”
불타는 예멘 반군 거점 11일 새벽(현지 시간) 예멘의 후티 반군 거점 중 하나인 수도 사나 인근에서 미국과 영국의 공습으로 한 건물이 불타고 있다. 미영 연합군은 후티의 군사시설로 짐작되는 이곳을 포함해 모두 16곳 60개 이상의 목표물을 토마호크 미사일 등으로 타격했다. 예멘 현지에서는 호데이다 공항 등 여러 지역에서 폭발음이 들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출처 알아랍뉴스채널
후티는 즉각 반발했다. 후티 고위 관계자인 압둘라 벤 아메르는 알자지라 방송에서 “미국과 영국이 군사 활동을 확대한다면 역내 그들의 기지를 공습하겠다”고 말했다. 무함마드 압둘 살람 후티 반군 대변인은 “홍해와 아라비아해에서 이스라엘로 향하는 선박을 계속 표적으로 삼겠다”고도 했다. 지난 수개월간 후티 반군과 평화협상을 벌여 온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성명을 통해 “사태 악화를 막아야 한다”고 진정을 촉구했다.
미국 내에서는 후티 반군이 홍해의 긴장감을 크게 높여 군사 대응이 불가피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 CNN 방송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최후통첩이 무시당하자 중동에서 미국의 힘에 대한 신뢰도가 위태로워졌다”며 “어떻게든 억지력을 다시 구축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해에서의 군사적 충돌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은 공습 직후 보고서에서 “공습이 한 차례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중동 선임 애널리스트인 윌리엄 어셔도 블룸버그통신에 “후티 반군은 중동에서도 엄청나게 비타협적인 조직”이라며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공습이 전면전으로 확대될지는 아직 판가름하기 어렵다. 향후 이란 정부의 태도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영 군사 공격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반발했으나, 구체적인 대응은 언급하지 않았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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