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오픈이노베이션’ 작년 533개 스타트업 발굴 대기업과 협업 모델 구축
2023년 12월 1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3년 서울 오픈이노베이션 성과 발표회에서 서울시와 서울경제진흥원(SBA)의 민관 협력 오픈 이노베이션 우수 협력 사례로 소개된 5개 스타트업 대표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귀선 위밋모빌리티 대표, 성주필 새임 대표, 남궁선 SBA 창업정책팀장, 최장식 이유씨엔씨 대표, 이성우 디폰 대표, 박중태 나비프라 대표. SBA 제공
오비맥주를 실어나르는 주류 도매사 배송차량 기사들의 손에서 배송지 주소를 빼곡히 적어넣은 메모장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언제 어느 길로 갈지 고민하는 대신 스마트폰 화면 속 지도 위에 선명하게 찍힌 최적의 경로와 배송지 표시를 쫓아가면 된다. 배송차량의 위치와 주문 및 배송지 정보, 교통 상황 등을 반영해 가장 효율적인 동선이 안내된다. 위치기반 서비스 스타트업 위밋모빌리티가 오비맥주와 손잡고 만든 디지털 배차관리 솔루션 덕분이다. 오비맥주의 주류 배송 데이터를 기초로 위밋모빌리티의 독자적인 알고리즘 기술이 적용됐다. 주문과 배송지를 직접 손으로 관리하던 기존 주류 배송시장의 낡은 틀이 깨지고 있는 셈이다.
혁신의 원동력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각자의 장점을 십분 발휘해 시너지를 내는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대기업은 연구시설과 데이터 등의 기반을 제공하고 스타트업은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사업 구조다.
14일 서울경제진흥원(SBA)은 지난해 대·중견기업 오픈이노베이션 사업을 진행해 총 533개의 우수 스타트업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S-Oil, 오비맥주, 포스코, DB, 호반그룹, 현대건설 등 총 50개 대·중견기업이 참여해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했다. 전체 투자유치 금액은 820억5000만 원에 달한다. 참여 스타트업들은 총 117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135개사는 기술협력 실증테스트를 위한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했다. 세계 진출에 성공한 사례도 5곳 나왔다.
SBA는 적극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사업으로 스타트업 지원에 앞장서 왔다. 지난해에는 2030년까지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스타트업) 40개를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서울시와 함께 ‘서울 오픈이노베이션 협의체(S.O.A)’를 구축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자본과 인력은 있지만 의사결정을 민첩하게 하기 어려운 대기업에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한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최수진 SBA 창업정책팀 책임은 “대기업은 검증된 스타트업을 찾을 수 있고 스타트업은 핵심 기술·서비스가 노출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지울 수 있다”며 “미래성장 가능성이 큰 다양한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기업과 서울 스타트업의 상생협력을 촉진하는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상경 기자 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