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 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주현정은 자신의 이름을 딴 양궁클럽을 운영하며 양궁 저변 확대에 애쓰고 있다. 용인=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그해 콜롬비아에서 개최된 세계양궁연맹 1차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비공식 연습에서 주현정은 과녁 한가운데 명중시킨 화살 끝을 다른 화살로 꿰뚫어 버렸다. 두 개의 화살이 이어져 기다란 한 개의 화살이 됐다. 0.0058%의 확률로 나온다는 일명 ‘로빈후드 애로’였다. 정작 주현정은 “보통 사람들은 신기해하지만 수천, 수만 발을 쏘는 한국 여자 양궁에서는 드물지 않은 일”이라면서 “당시도 처음 든 생각은 ‘에이, 아까운 화살 하나 버렸네’였다”며 웃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주현정 양궁클럽’이 짧은 시간 안에 자리 잡게 된 데는 한국 양궁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문을 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치러진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은 금메달 4개를 따냈다. 이후 “양궁을 배우고 싶다”는 전화가 빗발쳤다. 수강생이 늘면서 그는 지난해 공간이 훨씬 넓은 현재 장소로 이전했다.
그는 양궁 메달리스트들의 모임인 ‘명궁회’ 회장도 맡고 있다. 수시로 초등학교 등으로 재능기부를 다니고, 지역에서 열리는 생활체육 대회도 살뜰하게 챙긴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는 골프를 통해 몸과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선수 시절 여자 선수 중 유독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던 그는 ‘장타자’다. 드라이버로 평균 180m, 멀리 칠 때는 220m를 보낸다. 그는 “지금도 양궁이 그립지만 시위를 당길 때마다 통증이 찾아온다. 양궁의 갈증을 골프로 푼다”며 “두 종목 모두 멘털이 중요하다. 침착하게 준비하고, 힘을 빼고 치거나(골프) 시위를 놓아야 한다(양궁)는 점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 후 수영과 볼링 등을 열심히 했다. 주변에서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 보라”는 말도 들었을 정도다. 이제 그 열정을 골프에 쏟아보려 한다. 80대 중반을 친다는 그는 “양궁과 골프 모두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것도 매력”이라고 했다. 그는 “양궁 저변을 확대하는 게 인생의 목표”라고 했다. 그는 “한국 양궁이 지금처럼 세계 정상을 유지하려면 엘리트 체육뿐만 아니라 생활체육이 뒷받침돼야 한다. 선수층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생활체육을 통해 한국 양궁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