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국경 군사작전도 계획” 이집트 “가자 주민 삶 보장해야” 난색
이스라엘 군인들이 10일(현지시각) 가자지구 칸유니스에서 지상 작전을 펼치고 있다. 2024.01.11. 칸유니스=AP/뉴시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14일로 100일째를 맞았다. 전쟁이 끝날 기미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구호품을 공급하는 통로인 이집트-가자지구 국경이 다시 봉쇄될 위기에 빠졌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전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하마스를 파괴하고 가자지구를 비무장화할 것”이라며 “치명적 무기들이 (가자지구) 남부 국경을 통해 들어오고 있어 종전까지 당연히 국경을 폐쇄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국경 폐쇄 방법이나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가 폐쇄를 경고한 국경은 ‘필라델피 회랑’을 일컫는다.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14km에 이르는 좁은 길이다. 1979년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평화조약 협정에 따라 안보 완충지대로 설정됐는데, 전쟁이 발발한 뒤로는 이집트에서 가자지구로 구호품을 전달하는 주요 루트로 이용되고 있다. AP통신은 “이스라엘은 필라델피 회랑이 하마스가 불법 무기 등을 들여오는 주요 공급 루트로 악용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집트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자국까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흐마드 아부 자이드 이집트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이집트TV ‘사다 엘바라드’에 출연해 “우리는 국경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며 “라파 검문소를 운영하며 국경 일대의 출입과 물자 거래 등을 철저히 관리해 왔다”고 강조했다. 국경을 통해 무기 밀반입이 이뤄진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가자지구 민간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지연되는 이유 역시 이스라엘 탓으로 돌렸다. 자이드 대변인은 “구호품 반입과 통관 절차 등이 늦어진 건 이스라엘 측 결정에 따른 것”이라며 “가자지구 주민은 안전한 삶을 위해 이집트 정부의 지원과 조치에 대해 신뢰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유엔 산하 단체들은 인도적 지원이 확대되지 않을 경우 가자지구 전역에서 심각한 기근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