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홍콩ELS 악몽 현실화… 5대은행 상품 1067억 손실 확정

입력 | 2024-01-15 03:00:00

손실률 51%… 상반기 만기 10조
증권사서도 속속 50%대 손실 확정
민원 빗발… 당국 “3월 대책 낼것”



동아일보 DB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이 판매한 관련 상품에서 올해 들어서만 1000억 원이 넘는 원금 손실이 확정됐다. 원금이 반 토막 난 소비자 민원이 급증하고 있고 상품을 판매한 증권사들의 손실도 속속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판매된 H지수 ELS 상품에서 올해 들어(1월 8∼12일) 1067억 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이 기간 만기 도래한 원금(2105억 원) 규모를 고려하면 전체 손실률은 50.7% 수준. 투자 원금의 절반 이상을 날린 셈이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에 연계돼 투자 수익이 결정된다. 만기 시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기준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 H지수의 경우 2021년 2월 12,000 수준에서 지난해 말 5,700 선으로 50% 이상 급락한 상태다.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는 앞으로 더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H지수가 고점이던 2021년 판매된 상품의 만기가 올해부터 속속 돌아오는 탓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H지수 ELS 상품의 총 판매 잔액은 19조3000억 원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1∼6월)에만 10조2000억 원의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H지수 ELS 상품의 원금이 반 토막 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자 관련 소비자 민원도 빗발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달 12일까지 국내 5대 은행에 접수된 H지수 ELS 상품 관련 민원은 총 1410건에 이른다. 이 중 518건은 올해 제기된 것으로 최근 상품 만기가 도래하며 손실이 확정되자 그만큼 관련 민원과 항의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증권사들이 발행한 상품의 손실도 줄줄이 확정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2021년 1월 15일 발행된 H지수 ELS 3개 상품에서 52.11%의 손실률이 발생했다고 11일 공지했다. 메리츠증권이 발행하고 KB국민은행이 판매한 2279호 ELS는 11일 51.28%의 손실을 내고 만기를 맞았고, 삼성증권도 같은 날 만기인 H지수 ELS에 대해 49.98%의 손실을 확정했다.

금융당국은 H지수 ELS 손실과 관련해 늦어도 3월까지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H지수 ELS 상품 관련) 손실 분담 내지는 책임 소재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가 돼야 한다”며 “3월이 지나기 전에 최종 결론을 내리자는 것이 감독당국의 욕심”이라고 밝혔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